법의학자는 '죽은 자의 변호사'라고 흔히들 말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단지 몸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법의학자는 사건현장과 사망자에게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총체적으로 종합하여,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그를 대신해 진실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이 심각한 병으로 뇌수술을 받게 되었다면 결코 아무 의사에게나 수술을 부탁하지는 않는다.
능력있고 전문의인 유명 의사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런 가족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하면 황망한 가운데 법의학자의 능력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의사에게 끌려갈지도 모른다.
법의학에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이 부족하면 죽은 자가 호소하는 결정적인 증거도 보지 못하고, 칼로 난도질 해버린다.
영영 의학적 증거는 사라져 버린다.
참으로 답답한 의문사가 돼 버린다.
범인의 체포, 재판이 불가능해지고 처벌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억울하게 살해당했는데도 자살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돌진하는 차량에 피해를 당했는데도 가해자로 몰려 배상은커녕 남은 가족에게 불명예와 엄청난 금전적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
또 잘못된 판정으로 평생 성실하게 근무한 직장에서, 그리고 아직 생활력이 없는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부은 생명 보험회사로부터 아무런 배상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도 살인죄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법의학은 각종 변사체에 대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성별, 연령, 인종을 포함한 개인식별과 자살 및 타살, 사고사 등 사망의 종류 감별, 손상종류, 손상정도, 사후경과시간, 외상과 사인의 관계 등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법의학은 사회의 치안유지를 위해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혈흔, 모발, 정액, 용의자 정신감정 등의 검사를 통해 피해자를 식별하고 범인을 추정함으로써 범인검거에 이바지하며, 무고한 혐의자에 대해 무죄를 입증하고, 나아가 유사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의학적 사항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또 법의학은 보험사고,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죽음과 관련해 발생하는 사인간의 분쟁을 비롯 각종 법률적 문제를 의학적 측면에서 해결하는 학문으로 국가의학에 해당한다.
법의학은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누구도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감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여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감시기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법정 전염병에 걸리면 사회는 즉시 그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
방치하면 다른 많은 사람들도 희생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감시도 같은 이유이다.
한 이웃의 억울함을 방치하면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이 피눈물 나는 억울함을 당할 수도 있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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