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화

한 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기 위해 이마의 주름살을 제거하는 보톡스 주사와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세태다.

내달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늙는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젊고 건강하게 사는 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출생과 성장, 노화, 사망이라는 숙명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중에서 '노화'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생체조직의 기능이 떨어져서 저항력과 적응력, 회복기능이 감퇴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노화현상이 생기기 시작할까. 일반적으로 25세까지 성장하고, 이후 30세까지 평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따라서 30세 이후부터는 노화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억력 감퇴와 근력, 지구력, 탄력성 감퇴로 인한 육체적 운동 능력 저하 등 몸으로 직접 느끼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노화현상은 주로 40세 이후에 나타난다.

생명체의 자연스럽고도 숙명적인 현상이 '노화'라면, 얼마를 살면 자연에 아주 순조롭게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생명체는 보통 자기 성장기의 4배에 해당하는 수명을 갖고 있다.

30세까지 성장을 유지한다고 할 때, 120살은 살아야 하는 셈이다.

인간의 실제수명이 기대수명이 크게 못미치는 현실이 더욱 노화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한 원인인지도 모른다.

왜 인간은 늙을 수밖에 없고, 노화의 속도가 빨라지는가. 진시황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노화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가설이 유력하게 경쟁하고 있다.

△생명체에 있는 생명소(素)가 소모되면서 늙어 죽는다는 '생명체 소모설' △음식, 환경,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해물질이 몸속에 축적되면서 생체조절 기능이 위축된다는 '유해물질 축적설' △세포의 돌연변이에 의해 늙는다는 '생체분자 돌연변이설' △활성산소를 원인으로 꼽는 '활성산소 세포손상설' △항원-항체반응으로 인해 자가면역기능이 변화한다는 '항원-항체 반응설'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아'로 불리는 DNA 끝이 닳아없어진다는 '유전자 손상설' 등 6가지가 대표적 가설이다.

이 가설들을 통틀어 종합해 볼 때, 노화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용의자(?)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활성산소'다.

몸에 필요한 전체 산소 중 2, 3%를 차지하는 '활성산소'는 음식물, 약품, 공기 등에 포함된 독성물질을 '간'에서 제거하거나 살균하는 데 활용되는 것을 비롯해 생명체 활동에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가끔씩 이 활성산소가 목표를 벗어나 정상세포의 세포막과 핵 등을 공격하는 과산화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히 세포막에 있는 지방산을 활성산소가 공격하면 과산화지질이 생성되는데, 바로 이 과산화지질이 노화현상과 동맥경화, 협심증을 유발하고 암발병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화의 대표적 현상인 주름살도 과산화지질에 의해 생성된다.

이제 노화를 막거나 늦추어 '젊게 사는' 원리는 간단해진다.

과산화지질을 제거하거나, 아예 과산화지질 생성을 억제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 건강식품 등은 항산화물질 첨가 제품임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항산화물질'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은 '따놓은 당상'인 까닭에 많은 연구들이 항산화물질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항산화물질로 된 신약개발을 기다리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도 있다.

허근 한국노화학회 회장(영남대 명예교수,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공부를 꾸준히 하는 등 두뇌활동을 많이하면서, 적게 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음식의 소화과정 자체가 산화반응이기 때문에 과식은 활성산소로 인한 과산화지질의 생성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과식 못지않게 과도한 운동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적당한 운동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병적요인들을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오히려 노화를 촉진시킬 위험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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