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지나가고 난뒤 하천부지에 무분별하게 조성된 농경지가 수해피해를 키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태풍 피해로 금호강이 범람, 가옥과 농경지 침수로 피해를 입은 대구 달성군 방천리 일부 주민들은 강 건너편 북구 사수동에 대해 요즘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금호강에 인접한 사수동 주민들이 하천부지를 성토, 땅을 높인 탓에 침수 피해가 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천리의 주민들은 "사수동의 하천부지가 높아지지 않았다면 방천리로 물이 넘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90년대 중반부터 성토 작업이 이루어진 대구 북구 사수동의 금호강변 주변 토지는 성토 이후 지표가 2-2.5m 정도 높아진 상태. 그러나 사수동 주민 박모(55)씨는 "상습 수해를 입다가 99년 땅을 높인 이후 침수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사수동도 강물이 불어난 탓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초강력 태풍 매미로 원인을 돌렸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용계천'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도 하천 부지 성토가 수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몇년전부터 하천 부지 양편에 비닐하우스 조성을 위해 땅을 돋우면서 이번 수해 당시 유속이 빨라져 주변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것.
이에 대해 영남생태자연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과거 유휴지를 농지로 바꾸는 '우량 농지 장려 사업이' 진행되면서 하천변 국유지 점용이나 사유지 성토에 대해 관대했다"며 "이로 인해 하천부지가 사라지면서 유속이 빨라지고 수해시 다른 지역의 침수 피해를 불러온다"고 밝혔다.
실제 팔공산에서 발원한 율하천과 동화천, 불로천 등 동구 일대 소하천 주변 제방과 농로가 유실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대구 달성군 관계자는 "달성군 일부 하천 주변의 경우 성토 작업 등으로 상습 침수의 위험이 높지만 예산이 있어도 하천주변 농경지가 주민들의 생계터전이어서 매입할 수만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설명)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가창댐 상류 수해지역.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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