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중, 북 국경 정규군 배치 배경

최근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 지방에 정규군 15만명을 새롭게 배치하였다.

지금까지 중국은 정규군이 아닌 보안요원만으로 북한과의 경계 지역의 경비를 수행하게 하였는데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북한과 군사 분쟁의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기저에 놓여 있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이 50년간 하지 않던 조치를 왜 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는 상대가 어느 나라이든 간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경 지역에 기존에 없었던 군대를 배치시켰다면 그것을 우호적인 조치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15만명이나 되는 군대를 배치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가정하에 일단 그 의미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중국은 러시아와의 긴장해소에 따라 러시아쪽 국경에 많은 군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일부를 북한쪽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하필이면 왜 북한쪽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둘째, 최근 북한 탈북자의 수가 증가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유입되어 오는 탈북자의 수를 억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유입되는 탈북자 수가 과연 15만명이나 되는 군병력을 정당화 할 정도로 크냐 하는 문제가 있다.

셋째, 중국은 앞으로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탈북자가 넘어올 것을 예상하고 그러한 탈북자의 유입을 방지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북한 내부사정에 대하여 제한된 지식만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보다는 어떠한 면으로 보나 북한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북한 국민의 대량 이탈을 예견한다면 당연히 여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넷째는 중국의 조치가 북한 핵 문제의 발생시점에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이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인가 군사적 압력을 행사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최근에 서방 언론이나 기타 여러 경로에서 중국과 북한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여온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하여 극도로 분노하고 있음을 필자는 중국 고위층 인사로부터 직접 확인하였다.

중국은 핵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과 미국간의 교섭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국가적 위신을 걸고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이 교섭이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측의 공식 표현을 빌리자면 "삼척 얼음은 하루 아침에 언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녹이는 것도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三口尺之氷 非一日之寒)고 한다.

즉,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북미 교섭이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보고 문제를 중재하는 일도 기복이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군대를 국경 근처에 배치함으로써 이를 통하여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직접적인 군사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사태를 보는 것은 현재의 중.북한 관계를 고려할 때 좀 거리가 있다고 본다.

타당한 해석은 북한이 미국과 핵 문제를 장기간 해결하지 않고 핵무기 제조를 고집함으로써 국제 고립을 자초한다면 그 고립의 결과로 북한의 사정이 악화되어 많은 탈북자가 나올 수 있고 그러한 탈북자 또는 피난민의 유입 가능성을 중국이 우려하기 때문에 군대를 배치하여 대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해석은 일리 있다고 본다.

틀림없는 사실은 중국이 여러 가지 함축성을 가진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에 대하여 오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핵 문제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북한의 탈북자가 앞으로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군대를 배치하였다면 메시지의 의미는 동일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가벼운 행동을 하지 않는 나라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하여 북한이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읽기를 바란다.

유종하(서강대 교수.전 외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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