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 '전도사' 박찬석 경북대 교수

"자동차 다음의 교통수단은 분명 자전거가 될 것이고, 빨리 그런 날이 오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지난 7월말 제자 1명과 함께 일본으로 9박10일 일정의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박찬석(63)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

학교 연구실에서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박 교수는 "환갑을 넘긴 사람이 자전거로 외국 여행을 했다고 나를 돈키호테같은 기인(奇人)이나 별난 사람으로 보고 왔다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교수는 7월27부터 8월5일까지 9박10일간 700㎞ 정도를 달린 자신의 일본 자전거 여행이 다소 즉흥적으로 이뤄진 했지만 그 여행에는 자신의 평소 '철학'이 담겨있다고 했다.

"대학원생 하나가 여름방학때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간다기에 같이 가자고 했죠. 일본에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정말 어느 정도인지 정도인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9박10일 동안 먹고 잠 잘 때를 제외하고는 페달을 밟았고, 논으로 변해있긴 했지만 제가 태어난 곳도 가봤어요."

박 교수는 경북대 총장 시절인 지난 97년 9월 운동삼아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과 만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라고 권하는 '자전거 전도사'가 돼 버렸다. 실제로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회장 강운태)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고, 지금도 계속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 다른 운동이 필요 없어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겸하고 있거든요. 제가 이 나이에도 매일 오전 6시 조금 넘어 출근해 밤 11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매일자전거를 타는 덕입니다"

박 교수는 최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잘라 말한다.

"일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선진국은 자전거 이용인구가 대도시는 10%, 중소도시는 20%를 넘어갑니다. 일본의 경우 동경은 13%, 중소도시는 30%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의 경우 1%도 안됩니다. 중국 사람들도 자전거를 많이 타지만 유럽 선진국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선진국 사람들이 차가 없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는 말입니다"

건강 말고도 자전거를 타야하는 이유를 박 교수는 여러 가지 내세운다.

"연료값, 보험료 등 이것저것 다 치면 자동차 1대를 운행하려면 월 40만원 정도는 더는데 자전거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아요. 기껏해야 펑크 때우는 비용만 있으면 돼요. 대기오염 등 공해도 유발하지 않고요. 속도 또한 자동차에 비해 늦지 않아요. 제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12㎞정도 되는데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가 더 빠릅니다"

"네덜란드는 자동차 주행속도가 시속 25㎞ 이하로 떨어지는 곳은 승용차 운행을 금지시킨다"고 소개한 박 교수는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심의 자동차 운행속도가 시속 12~13㎞밖에 불과한 것을 방치하면 안되죠.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대안입니다. 도시 내에서도 제대로 연결 안되게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놓고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자고 아무리 외쳐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일본의 경우 도로공사를 하더라도 자전거가 지날 수 있는 길을 꼭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도시와 도시간 자전거도로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정말 아름다운 문화는 산과 들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관광자원이죠. 이것을 제대로 보려면 자동차로는 어렵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봐야 볼 수 있습니다. 도시간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놓고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산과 들을 제대로 보게 한다면 완전 미쳐버릴 것입니다"

"이제 타이어가 펑크나면 스스로 떼울 수 있다" 자랑하는 박 교수는 자전거로 서울 투어에 나설 계획을 하고 있다. 자전거 유익성 홍보와 함께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직접 눈으로 확인,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학자로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사진:지난 여름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박찬석 교수. 박 교수는 자전거 타기 확산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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