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묘미는 기록에 있고 야구 기록의 백미는 홈런이다.
프로야구 대구삼성의 이승엽(27)이 시즌 아시아홈런 신기록에(을) 도전(경신)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프로야구 열기가 들끓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 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이 거침없는 기세로 지난달 25일 시즌 아시아 홈런 타이기록을 작성한 후(0일 56호포를 작렬하자) 전국이 '이승엽의 홈런 신드롬'에 빠졌다.
야구경기는 흔히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차례 기회와 위기를 맞으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듯이 야구경기도 9이닝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승패를 가린다.
야구인들은 비교적 평이한 경기에서도 3차례 정도 승부를 결정짓는 위기 또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기회를 잘 살려 득점으로 연결하고 위기를 실점없이 잘 넘기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다.
숨이 가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지금 야구경기의 몇 회쯤에 와 있을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는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했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야구 마니아들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야구경기가 그만큼 더 재미있다고 한다.
시즌 개막 전 기자들을 비롯한 야구 전문가들은 확신에 찬 전망을 하지만 사실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좀 더 나아가 야구경기에서 홈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삶의 전환점 또는 인생 대역전이 아닐까. 야구팬들이 홈런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장에서 홈런을 한번이라도 쳐 본 사람들은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듯이 백번홈런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한번 홈런을 쳐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년전쯤 된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딱 한번 홈런을 친 경험이 있다.
물론 동네야구였고 임의적으로 설정한 펜스까지의 거리도 80m정도에 머물렀지만 스리볼에서 4구째 몸쪽 높은 스트라이커(직구)를 당겨 쳐 홈런을 만들었다.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단지 치기 좋은 높은 볼이었기에 마음먹고 방망이를 휘둘렀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홈런 제조기' 이승엽은 홈런을 칠 때마다 어떤 기분을 느낄까. 정말 밥 먹듯이 홈런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승엽은 경기 후 인터뷰 때마다 자신이 홈런을 친 기분보다는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된 점을 강조한다.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팀의 입장을 앞세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엽은 '천재형 타자'로 분류할 수 있다.
노력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기록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안타(140개)의 40%가 홈런(55개)이라는 것은 홈런을 칠 의사를 갖고 타석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타를 친다는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스윙을 해야 홈런이 나온다는 애기를 하는데 이승엽에게는 홈런을 치는 스윙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관중들은 홈런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밤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타구를 지켜보는 것은 짜릿함 그 자체다.
그것도 지난해 삼성과 서울LG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터진 9회말 이승엽의 동점 3점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랑데부포와 같은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라면.
프로야구사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이승엽은 '국민타자'로 불린다.
이승엽이 국민타자가 된 것은 전 국민을 열광케 할 수 있는 홈런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쳤기 때문이다.
그는 연고지 팀의 성적에 목을 매던 야구팬들을 기록이란 흥미 중심으로 옮겨다 놓았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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