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료 영화 봉사 메가박스 김대섭(35) 영사실장

"영화는 세상을 보게 하는 또 다른 창이지요. 아이들이 영화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메가박스 영사실장 김대섭(35.대구 침산동)씨는 영화필름을 돌린 지 14년째 되는 베테랑 영사기사다.

그는 주말만 되면 DVD 플레이어, 스피커, 빔 프로젝트를 챙기고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무료 영화 상영에 나선다.

김씨가 무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5년전부터다.

"특별히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진 기술로 평소 영화를 관람하기 힘든 고아원.보육원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 주고 싶었다"는 그는 "꼬마 관객들이 영화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영화를 처음 보는 녀석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신이 참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옥수수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조직생활(?)'이 싫어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런 그가 두 번째로 택한 직업이 바로 영사기사.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고 덤으로 사람들을 꿈과 환상의 나라로 안내해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그동안 서울.경기 지역의 영화관을 돌며 영사기사로 일하다 2년전 대구에 메가박스 영화관이 문을 열면서 스카우트 돼 대구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한동안은 낯선 생활에 적응하느라 봉사활동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영화를 보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생각나 지난 연말부터 봉사활동을 재개했다.

봉사활동을 하다 중단하면 아이들이 더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도 봉사활동을 재개하게 된 이유중 하나. "봉사활동은 타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는 김씨의 말에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이런 김씨의 태도 때문인지 봉사활동에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얼마전부터는 다른 극장의 영사기사들도 김씨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메가박스측이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 있도록 무료로 팝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그지만 영화상영이 중단되거나 진행이 어려울 때는 많이 힘들다고 고백한다.

특히 영화 관람객들 대부분이 아이들이고 정신장애아여서 영화상영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기 때문.

"지난 5월초 장애인 학교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영화가 지루했던지 몇몇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울어대서 상영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실제 상황으로 착각, 스크린으로 몸을 날리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봉사경력 5년차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돌발상황(?)에 나름대로의 대처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김씨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힘들게 터득한 방법은 바로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프로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사전에 아이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보육원이나 고아원 선생님들과 사전에 상의도 하지만 실패할 때가 간혹 있다는 것.

"모든 준비와 철저한 대비를 했음에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그 역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생각해버립니다" "어차피 인생은 영화 아닌가요". 현실을 받아들여 현실을 극복하는 것. 김씨가 봉사활동을 통해 터득한 또 다른 삶의 지혜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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