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세일즈맨-현대차 대구 달서점 직원들

"사랑을 나누는 일만큼 더 큰 영업전략은 없더라구요".

발품을 팔며 여러 사람을 만나 쉴새없이 자신의 제품을 설명하고 팔아야 하는 카세일즈맨들. 하루가 지나면 어느새 몸은 녹초가 돼 곯아떨어질만도 한 이들이 지역 홀몸노인들의 벗이 되기 위해 나서고 있어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바쁜 일틈을 이용,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상조회를 구성했던 현대자동차 대구 달서지점 영업직원 21명은 지난해 하반기쯤 우연한 기회에 홀몸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어느 누구랄 새도 없이 이들은 의기투합, 작은 봉사를 실천하자는 뜻에 이르렀다.

매달 회비로 걷는 돈 일부를 모아 자신들의 일터 인근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을 돕기로 한 것.

하지만 지역 사정을 자세히 몰라 어떻게 도와야할지 뾰족한 수가 없던 차 인근 대명11동 사무소를 찾았다.

동네 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재우(38) 대리는 "영업현장을 다니다보면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이 참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며 "나이가 들수록 정다운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처럼 더 좋은 건 없다고 여겨져 홀몸노인 보살피기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명11동 사무소는 이들이 정성을 모아 거둔 성금 30만원을 매월 전달받아 지난 12월부터 역내 거주하고 있는 홀몸노인 6명에게 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희(37) 회원은 "월 1만원 정도씩을 내면서 생색내는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외부로 알려지기까지 하면 미안할 따름"이며 "하지만 작은 정성으로나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배우고 있으며 일할 때도 더 즐겁다"고 했다.

이들의 활동은 같은 사무실에 있는 사무직원 6명에게도 전해져 이들도 최근 들어 동참하고 있다.

3개월전엔 우연히 들른 동네 신설경로당에서 너무나도 낡은 텔레비전 1대를 놓고 수십명의 노인이 모여 시청하는 것을 보고 회비 일부를 더 떼내 신형 텔레비전을 갖다 놓기도 했다는 것.

대부분 3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가정에 돌아가면 우리에게도 부모님이 계시기에 밖에서 영업활동을 하면서 홀로 외로이 지내는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남다르다"고 했다.

황태호 모임 총무는 "당초 자신들의 계획은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홀몸노인들과 함께 자리를 하면서 청소도 돕고 말동무도 되어 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제부터라도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10월은 경로의 달, 또 2일은 '노인의 날'인 것을 알고나서 회원들은 다시금 마음을 다지면서 '사랑의 영업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한창 논의중이라고 했다.

또 회원들은 앞으로 홀몸노인 돕기뿐 아니라 지역에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서도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힘찬 활동을 하고픈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회원들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누구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한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라며 "이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기에 멈출 수는 없겠죠"라고 답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