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24.경산시 사정동)씨는 지난해 4월 백혈병이 발병하기 전까지만 해도 씩씩하고 용감한 대한민국 육군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봄, 훈련을 마치고 난 후 목이 붓는 등 감기증상으로 군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진단을 받았다.
군복무중 아무리 힘든 훈련도 웃으면서 잘 견뎌낸 그로서는 인생의 막을 내리는 듯한 절망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곧바로 '암세포'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된 훈련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를 하고 지난 해 5월 곧바로 경북대 병원에 입원했지만 국내에 맞는 골수가 없어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것.
준혁씨는 "무균실에서 병마와 싸우는 5개월 동안 병 때문에 생긴 고통보다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나를 힘들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준혁씨의 이런 기다림은 허사로 끝나고 결국 지난해 10월 16일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는 자가 조혈모세포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결과는 뜻밖에 대성공이었다.
한 고비를 넘긴 준혁씨는 그동안 꿈에 그리던 가족과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준혁씨의 다시 찾은 행복도 잠시뿐이었다.
지난 17일 숨어있던 병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만 것.
암세포와의 두 번째 대결은 훨씬 힘들었다.
힘든 투병생활도 지치고 힘들게 했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치료비 부담이 준혁씨와 가족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제대를 한 뒤 준혁씨는 국가 유공자로 등록되어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병이 재발한 뒤에는 국가 유공자로서 거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고 설상가상 의료보험이 되는 치료도 거의 없었던 것.
더구나 국내에서는 자신과 맞는 골수를 찾기가 어려워 외국에서 골수를 찾아야 했고 여기에 드는 비용만 1억원.
생활보호대상자로 의료보호를 받을 만큼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국가 유공자에게 매월 주어지는 80여만원의 보상금으로 네식구가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형편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거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병이 재발하자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병간호 때문에 그동안 조그마하게 벌여왔던 낚시점마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준혁씨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영남대 법대 학생들이 준혁씨 돕기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박준혁 학우돕기 운동본부(810-3734)를 만들어 일일찻집을 열고 강의실 등을 돌며 모금운동을 벌였고, 인터넷을 통해 학우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400여만원을 모았지만 수술비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비용이었다.
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27.영남대 법대 2)씨는 "준혁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날까지 모금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면서도 "언제까지 준혁이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준혁씨는 경북대 무균실에서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신장.가슴.겨드랑이 등 온몸으로 암세포가 옮아가고 있고 몸에 열이나는 등 합병증으로 인해 항암치료조차 미뤄지고 있는 상태.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고통도 준혁씨가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
하지만 무균실에서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준혁씨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은 견딜 만하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강한 모습을 되찾겠다"고 자신했다.
경북대병원 내과 성우진 담당의는 "항암치료가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워낙 성실히 치료에 임하고 있어 1차 수술 때처럼 예상외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지금 준혁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라고 했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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