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진규 영천시장 인사청탁 뇌물 구속

박진규(62) 영천시장의 구속은 아직까지도 공무원 사회에 청탁과 뇌물, 줄서기 등 고질적인 구태가 여전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박시장이 지난 2000년 10월 영천시장 보궐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당시 6급직원이었던 ㅇ씨와 ㄱ씨가 박시장의 친구이자 당시 시의원이었던 ㅇ씨를 통해 현금 1천만원씩 받은 것이 발단.

이들 직원은 박시장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진급청탁을 위해 돈을 전달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시의원 ㅇ씨는 1천만원은 선거자금으로 썼고, 나머지 1천만원은 박시장에게 전달했다.

박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ㅇ씨가 낙선하고 사이가 벌어지자, 말썽이 날 것을 우려해 지난해 중순 1천만원을 부하직원 2명에게 되돌려줬다.

돈을 되돌려받은 부하직원들은 전 시의원 ㅇ씨의 생활이 어렵다고 보고, 그 돈을 ㅇ씨에게 주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은 또다시 박시장 아들의 결혼식에 쓸 부조금 명목으로 500만원씩 갹출, 모두 2천만원을 모아 다시 ㅇ씨에게 전달하려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단순하지는 않지만, 박시장이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시장은 "1천만원을 돌려줬을 뿐, 단 한푼도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뇌물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박씨측의 주호영 변호사는 "지난 98년 안상영 부산시장이 선거에 출마하기에 앞서 모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무죄로 판결난 적이 있다"면서 "당선여부가 불확실한 후보자가 돈을 받은 것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청렴하고 성실한 자세로 소문난 박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일부에서는 부하 직원들의 어그러진 '충성'경쟁이 박시장을 구속으로 몰고갔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또 영천시 공무원과 시민들은 "왜 영천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시장의 잇따른 도중 하차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시민들은 박 시장에 앞서 1, 2기 민선시장을 역임한 정재균 전 영천시장도 지난 98년 6월 아파트 건설업체로부터 1천만원을 받아 구속된 뒤 결국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00년 7월 자진사퇴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 시장이 1일 구속됨에 따라 영천시는 한동안 시장 유고상태에서 시정을 이끌어나가야 돼 업무공백 등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되는 제1회 영천한약축제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그간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산업단지 조성, 도시계획 재정비 등도 추진력을 잃을 우려가 높다.

영천시는 박 시장 구속이 알려진 1일 밤 유성엽 부시장 등 간부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 대책마련을 숙의했으며, 눈 앞에 닥친 한약축제부터 차질없이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임상원 영천시의장은 "박 시장이 평소 열심히 시정을 추진했고 청렴했는데 참 안타깝다"며 "이럴수록 공직자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남NGO연합 박중성 회장은 "이같은 사건은 영천에 큰 불행"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이 더욱 각성하고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박병선.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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