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금리시대, 지방 돈 줄줄이 역외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지역에서 맴돌던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회전율과 수익성이 높은 대도시 부동산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지방 중소도시나 군단위 지역의 개발공약중 상당 부분이 세월타령만 하는 반면 대도시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개발수익이 크고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금리가 꾸준한 하향세를 보이면서 퇴직 근로자와 은퇴사업가 등 여유자금 보유자들사이에서는 대도시 대학가의 원룸이나 중소형 상가투자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항공단 업체를 퇴직한 정모(57.포항시 대이동)씨는 올초 경산에 원룸아파트를 지어 임대사업을 시작했고, 은퇴한 대기업 임원 김모(60)씨는 충남 천안에서 상가를 포함한 부동산 임대업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역의 부동산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포항지역의 경우 남구 이동지구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약세 또는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박문현씨는 충청권 신행정 수도 건설을 예로 들면서 "중부.수도권과 대도시 주변은 고정적 수입이 보장되거나 수익성 여부가 1∼2년안에 판가름 나는게 보통이지만 지역에서는 개발계획을 믿고 투자했다가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가 투자기피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간부 이모(50)씨는 "영일신항만 개발계획을 보고 10년전에 사뒀던 농지를 작년에 처분하고 부산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1년간의 투자수익이 포항의 10년치보다 훨씬 컸다"며 "이제 지방에서는 투기가 아닌 투자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지역 금융계도 대도시 부동산을 찾아가려는 자금인출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지점장은 "투기단속 방침과 관계없이 부동산 불패는 이미 정설이 됐다"며 "은행을 빠져나간 10억원 이상의 큰 돈은 서울로, 중간 규모는 대전 등 중부권, 5억원 이하는 대구.부산.경산 등지의 대학가로 가는게 일반적 경로"라고 말했다.

한편 장학재단 등 이자소득으로 살림을 꾸려온 일부 현금보유 기관.단체들은 최근의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형 빌딩을 매입, 수익사업으로 부동산 임대업 진출을 검토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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