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6시53분 대구구장. 이승엽의 타순은 평소의 3번이 아닌 4번이었다. 2회말 '딱'하고 지축을 뒤흔드는 한 방이 밤 하늘을 갈랐다. 더 이상 극적일 수는 없었다. 독기품은 '라이언 킹' 이승엽(27.대구삼성)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승엽은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선발을 자청한 롯데 이정민의 초구 높은 볼(140km)과 2구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138km)를 그대로 흘려 보내며 볼을 눈에 익혔다. 이어 중앙에 쏠린 3구(137km)째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빨려들 듯 들어오자 이승엽은 방망이를 지체없이 휘돌렸고 볼은 총알같이 그라운드를 두쪽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이승엽의 타구가 좌중간을 날아가자 1만2천 관중들의 두 눈은 볼의 궤적을 따랐다. 동시에 터진 함성 "와~". 비거리 120m짜리 아시아 홈런 신기록은 이렇게 극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시아 최고 타자, 진정한 야구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홈런을 직감한 듯 볼을 한 번 쳐다본 이승엽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손을 불끈쥐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러나 표정은 담담했다.
이승엽의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대분수 폭죽 56발과 폭죽 324발이 달구벌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3루 베이스를 돌아 류중일 삼성코치와 포옹을 한 뒤 홈으로 들어 오면서 '씨-익' 미소를 지은 이승엽은 덕 아웃에서 동료 선수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김응룡 감독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이승엽에게 다가와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이승엽"을 연호하며 역사의 현장을 만끽했다.
야구 영웅 탄생을 도운 롯데 선발 이정민은 이승엽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동안 포수 최기문이 다가와 위로를 했다. 롯데 김용철 감독이 경기전 장담했듯 이승엽과 첫대결을 펼친 이정민은 초반부터 정면승부를 펼치며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 달성을 도왔다.
그러나 경기에서는 삼성이 롯데에 4대6으로 패했다. LG는 한화를 7대4로 물리쳤고 SK는 기아에 4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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