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티즌의 소리-신용카드 규제 완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용카드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신용카드 규제를 풀기로 하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정부는 지난해 5월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카드사 현금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한 조치를 내년 말에서 2007년 말로 3년간 늦추기로 했다.

또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금액 비율이 10%가 넘을 경우 경영개선권고를 내리도록 한 '적기 시정 기준'도 완화하겠다는 것.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이 1년여만에 번복된 셈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부양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카드사들도 규제 완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여야 정치권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근시안적 처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신용카드 규제를 푸는 것은 돼지 꼬리로 돼지를 흔들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ID가 '@멋진놈이되자@'인 네티즌은 "김대중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신용카드정책은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가시적인 정책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단기 경기 부양대책으로 내세운 카드 사용을 통한 내수 소비정책은 그 결과가 뻔히 보이는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한사랑'은 "지난 정권의 정책 실패와 카드사의 방만한 운영, 개인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 등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이 넘었으니 그 가족까지 합하면 카드빚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이 1천만명은 넘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부, 카드회사, 개인 중 하나라도 올바르게 했으면 이러한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네티즌 'oiof'는 "요즘 우리나라의 3가지 문제는 신용카드(경제), 성형수술(문화), 자살(사회)"이라며 "신용카드로 한 성형수술이 잘못돼 자살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정부의 카드 규제 완화가 결국 빚을 얻어 소비를 늘리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네티즌 '전규림'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것이 우리 민족인데 350만 신용불량자도 부족해 국민의 절반인 2천만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내년 총선때 인심을 얻겠다고 카드회사를 통해 돈을 막 풀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네티즌 '랭글러'는 "정부가 카드 규제를 완화하면 늘어난 한도를 가지고 사람들은 더많은 돈을 쓸 것이고 경기는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카드 발급, 한도 확대 등으로 인한 부실카드, 부실 신용자들은 부실한 경제를 초래할 것이며 일정 주기가 지나면 지금과 같은 카드 대란을 또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카드 규제 완화를 반대했다.

네티즌 'rock'는 "사채놀이로 외형만 키워온 경쟁력없는 카드회사를 구조 조정해야 하며 카드는 개인의 신용을 평가해 발급, 신용도에 따라 사용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보다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네티즌 '하늘'은 "정부의 시장 참여가 대한민국처럼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소비 진작으로 경제성장률이 지난 3년간 20% 내외의 고속 성장을 계속했는데 3년전에 이런 병폐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네티즌 '꽃을든소년'은 "선진국은 21세 미만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고등학생에게도 발급해 준다.

신용카드 발급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용카드 무용론도 제기됐다.

네티즌 'angella'는 "예전 신용카드가 없을 때는 월급을 받을 때 적금을 부어나가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빚 갚는데 허덕이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네티즌 '굴렁쇠'는 "수입원이 있는 가족 한 사람의 카드 1장만 남기고 나머진 모두 가위로 잘라 버리자. 카드 한 장으로 가족 구성원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확실히 지출이 줄어들고 돈의 사용내역이 훤히 드러난다"고 제안했다.

또하나의 '문명의 이기'인 신용카드. 온 국민과 나라 경제를 뒤흔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정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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