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 집에서만 아니라 어느 집에서나 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남매나 형제간의 다툼도 그렇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샘도 그렇습니다.
또 해가 져도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아서 부모님이 크게 걱정을 한 이야기며 그로 인해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주 '솜씨 키우기'에 이 글을 뽑은 것은 다른 글에 견주어 꾸밈이 적기에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진아는 겪은 일을 대체로 잘 씁니다.
그렇지만 몇 가지 글 쓰는 버릇을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습니다.
오빠와 싸움으로 인해서 어머니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은지네 집에서 숙제를 늦게까지 한 일이 벌어졌고 그 일로 진아가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차례로 글이 짜여 있습니다.
여기에서 오빠와 싸운 이야기는 뒤에 나오는 은지네 집에서 숙제를 하다가 너무 늦어서 어머니를 걱정시킨 이야기와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확인한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꾸며 쓴 것 같기만 합니다.
억지로 꾸며 넣은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쓸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진아를 애타게 찾았던 이야기를 자세히 써야만 더 감동이 있고 생생한 글이 됩니다.
어머니가 진아를 찾아 헤맸던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서 알았을 테니까요.
글 마지막에도 문장을 지나치게 꾸몄거나 사실이 아닌 부분이 몇 군데 보입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하면 될 것을 '투명한 액체가 내 눈에 떨어졌다'라고 했지요. 그렇게 쓴다고 글이 더 돋보이는 게 아닙니다.
'나를 혼내시고 몰래 흐느끼셨던 엄마' 이 글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가 놀란 가슴을 진정하느라 눈물을 흘렸을지는 몰라도 그 정도로 야단을 쳐놓고 흐느끼실 어머니는 잘 없습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세요.
다음은 문장 부호 쓰기입니다.
느낌표를 잘못 썼습니다.
꼭 느낌표를 써야 할 곳인가를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느낌표는 한 개만 써야지 몇 개를 거듭 쓰면 안 됩니다.
간혹 상품 광고나 표어 같은 곳에 그렇게 써서 느낌을 강하게 하려고 하더라도 틀리게 쓴 것이라고 알았으면 합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야~' , '해~', 처럼 '~'를 길게 소리나는 부호로 썼는데 이것도 잘못입니다.
그런 문장부호는 없습니다.
'야아', '해에' 이렇게 고쳐 써야합니다.
문장 부호는 약속되어 있는 것만 써야지 누구라도 마음대로 만들어 쓰면 안 되지요.
위에 들었던 점만 고친다면 진아는 좋은 글을 잘 쓸 수 있겠습니다.
수진이는 시 쓰는 자세가 참 좋습니다.
산문은 겪었던 이야기를 쓰지만 시는 겪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는 글로 아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것도 누구 글을 흉내를 내든지 아니면 요리 조리 글을 재미있게 꾸며서만 쓰려고 하지요. 아주 잘못된 생각이지요.
식구들과 함께 산에 갈 때는 김밥도 먹고, 놀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모두들 도토리만 줍고 있으니 거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수진이는 짜증이 나고 말고지요. 그 때의 마음을 시로 아주 잘 나타냈습니다.
'싫다', '짜증난다' 이런 말은 한 군데도 없지만 수진이 마음을 우리는 아주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봉지 가득차니/이젠 내려 간대!' 하는 글에서 수진이가 실망하는 마음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누구라도 이 글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온 가족이' 는 '온 식구가'로 바꿔야 합니다.
가족은 식구들이 모인 모둠을 말합니다.
온 가족이라고 하면 여러 가족을 말하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수진이네 가족 말고 다른 가족도 함께 갔다는 게 되어버리지요.
다른 학생이 쓴 도토리라는 다음 시를 한 번 읽고 수진이 글과 견주어 보세요. 어느 글이 더 감동이 있는지 말입니다.
작고 예쁜 도토리/그 속에는 온갖 이야기가 있어요. /진달래 활짝 핀/봄 이야기도 있고/천둥 번개 무서워요/여름 이야기도 있고/울긋불긋 예쁜 단풍/가을 이야기도 있어요. /꼬리말아 올린 예쁜 다람쥐/이야기를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도토리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아니면 그럴 듯하게 쓰려고 억지로 꾸민 것일까요?
(윤태규.대구 동성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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