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가을은 독서의 계절인가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국영화의 한 장면이 자주 생각난다.

첩보원인 아빠가 총격전을 벌이다가 아들의 침실까지 피신하게 되는데 그 아들이 마침 자지 않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총을 들고 황급히 들어간 아들의 방에서 그 아빠는 들고 있던 총을 감추고 침대머리맡에 있던 책을 들고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단순히 아빠가 아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들에서 침대머리맡에서 엄마나 아빠들(필자가 보기엔 아빠가 더 많았던 같음)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나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면서 책을 읽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우리의 영화를 보면 놀이동산을 데리고 간다든지 근사한 식당에 가서 평소 먹기 힘든 음식을 먹는다든지 값비싼 장난감이나 옷을 사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웬 영화 이야기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는 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굳이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 않아도 영화스토리 전개에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다.

아마 그들에게는 책읽기가 생활화된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읽는 장면이 연출되었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본다.

즉 그들의 평소생활이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그렇게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처럼 생활화된다.

이 습관은 또다시 자신의 자식들에도 똑같은 행동으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첩보영화에서조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연출될 만큼 그들의 독서는 생활화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독서기반은 어떠한가? 매년 9월 한 달을 독서의 달로 정해놓고 곳곳에 현수막과 포스터를 붙이고 독서표어를 공모하여 시상도 하고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상을 주고 거리 독서캠페인을 벌이면서 현장에서 도서대출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은 공공도서관의 도서대출률이 평소보다 많이 떨어지고 서점가에서는 책이 가장 팔리지 않는 잔인한 달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독서를 하기 좋은 계절은 나들이하기도 좋은 달이기 때문일 것이고 짐작한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독서의 현장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면서 독서와 관련한 많은 사업들을 전개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기반이 책을 읽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지는 않은 탓인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역시 독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릴 적부터 습관화되어 있지 않으면 습관을 들이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다.

한달 반짝 독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독서를 생활화하겠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큰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또 우리의 자녀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다른 여가를 반만이라도 줄이고 그 여유로 자녀들과 함께 가까운 공공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 몇 권을 골라보도록 하자.

둘째로 가급적 부모님들도 매일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녀들과 함께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셋째로 만일 독서를 싫어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부모님들이 몇 페이지라도 읽어주자. 물론 다 읽어주는 것보다 조금 읽어주고 가능하면 아주 재미있는 장면 직전까지만 읽어주어 아이들이 나머지가 궁금하여 스스로 읽도록 만들어 주자.

넷째로 가정에 3B를 준비하자 즉, 책(BOOK) 책장(BOOKRACK) 그리고 독서등(BEDLAMP)을 갖추자

끝으로, 집안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이웃과 함께 다 읽고 난 책들을 모아서 이웃과 내 아이들이 나눠 볼 수 있는 공간, 즉 가정도서관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책도 같이 읽고 이웃과도 돈독한 정을 나눠 보자

독서의 계절이라고 해서 어찌 책만 읽으라고 하겠는가! 여행을 떠나든 다른 여가를 즐기든 몇 권의 책과 함께 한다면 더욱 여유있는 가을이 되지 않을까?

신종원(대구효목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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