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튀는 장관과 솔선수범

"강연 다니면서 쓸 데 없는 곳에 힘 낭비 않고 수해복구 현장이라도 뛰어다녔다면 최소한 경질은 안됐을 겁니다.

뿌린 대로 거둔 것이죠".

최낙정 해양수산부장관의 경질 소식을 접한 어민들은 한결같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최 전장관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자 해양부 홈페이지에는 그를 비난하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왔다.

경질된 지난 2일에도 비난과 함께 '잘됐다'는 글이 쇄도했다.

여론이 벌써 등을 돌렸다는 방증이었다.

사실 해양수산부는 동경 128도 이동조업 허용을 둘러싼 업계간 갈등과 수해로 인한 양식장 피해 등 현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도 최 전 장관은 업무와 상관없는 강연이나 쫓아 다니며 '막말'을 해댔다.

그 시간에 현안을 챙기는 것이 장관의 올바른 자세였을 것이라고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최 전 장관은 정통 해양공무원 출신으로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3월 차관으로 승진한 데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해양수산행정의 수장인 장관에 올라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재임 중 '공무원은 튀면 안되나',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 등의 책을 펴낼 만큼 독특한 행보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독특한 행보만큼 경솔한 언행이 결국 그를 2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할 줄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장관 취임식에서 "좌충우돌해도 좋다.

멋지게 장관직을 수행하고 싶다.

가장 훌륭한 장관, 가장 일 잘하는 장관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호기로운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좌충우돌을 솔선수범(?)하다가 훌륭한 장관이 되고 싶어 했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불과 14일 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돌출행동과 언행으로 주위의 이목을 끌면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출 것이 아니라 해양수산인들과 코드를 맞춰 업무를 챙겼더라면 훌륭한 장관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상원(사회2부)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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