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업체'공세'속 가전시장 불꽃 각축전

백색가전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가전업체와 외국 가전업체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전제품의 내수는 6조5천9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16억4천300만달러로 약 14% 증가했다.

특히 냉장고와 에어컨의 수입 증가율은 전년대비 12%, 16.7%에 달해, 전통적으로 수입제품이 강세였던 음향기기.첨단제품과 더불어 가전제품 부문도 시장을 공략하려는 외국 업체와 안방을 지키려는 국내 업체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이자 백색가전부문 세계 5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하이얼(海爾:Haier)이 지난 8월 말 국내에 상륙했다.

중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국내 가전업계에 진출한 하이얼은 와인 냉장고와 거실형 냉장고를 출시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거실형 냉장고는 와인, 음료수, 얼음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바(Bar) 기능의 냉장고로, 100만원대의 고가 상품이다.

하이얼의 국내 유통법인인 HL글로벌 안호정 팀장은 "가격이 싸고 질이 낮다는 중국상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유럽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고급 와인냉장고부터 런칭한 것"이라며 "대형소매점과 와인전문점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하이얼은 오는 12월엔 중소형 냉장고를, 내년에는 세탁기, 냉장고 등을 선보여 국내 백색가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스웨덴의 세계적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또한 올 초 선보인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선두로 국내 가전업체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존 외국 백색가전 업체인 월풀, GE 등은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백화점 중심으로 A/S 체제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세워 국내 가전업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가전업체들의 백색가전 시장을 지키기 위한 방어도 만만찮다.

외국 기업의 시장 공략에 대해 국내 기업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 고급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삼성은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젠', 냉장고 브랜드 '지펠'을 도입했고 LG전자는 냉장고는 '디오스', 세탁기는 '트롬'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고급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수입 냉장고의 주요 기능이었던 홈바, 제빙기능, 정수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색상으로 인테리어 기능까지 겸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드럼세탁기의 경우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10%도 안됐던 국산 점유율이 올해 95%를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대용량 제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지키고 있다.

국내 가전 시장을 둘러싼 국내 업체와 외국 업체의 이같은 각축전에 대해 전자양판점 하이마트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사용환경이 외국과 달라 소비자들이 냉장고는 소음여부와 절전기능을, 세탁기는 용량을 중시하기 때문에 외국 가전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입 가전의 주요 유통망인 백화점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해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수입냉장고 판매비율이 20%에 불과하며 대백프라자 역시 국산 드럼세탁기가 세탁기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가전제품의 우위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전자제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국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미국.유럽 제품들이 내구성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중국 가전업체들이 저가의 고급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면 국내 가전업체와 외국 업체간의 백색가전 시장을 둘러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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