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멋있게 취재 현장을 누비는 여기자'.
취재를 다니다 보면 여기자를 이런 모습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전업 주부들은 '어떻게 많은 글을 그렇게 쓸 수 있어요'하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여기자만큼 험악한(?) 직업도 없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맞벌이 주부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지요. 직장에서는 남자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고 집에 돌아가면 엄마, 아내, 가정주부, 며느리 1인 4, 5역을 해야 합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다 집에 돌아가면 숨이 턱 막힐 때가 많아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네 살배기 둘째 아이는 엄마, 회사에 또 가야 해요?하는 말부터 먼저 꺼내지요.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는 숙제해야 된다, 피아노 연습해야 한다며 엄마를 찾습니다.
이제 7개월된 막내 목욕도 시켜야지요, 저녁식사 후 뒷정리도 제 몫이랍니다.
겁없이 아이 셋 낳아 키우는 아줌마 기자. 피곤에 지친 얼굴과 대충 걸친 옷차림이 아줌마 기자의 모습이랍니다.
저도 애 셋을 키우며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았습니다.
첫 애는 시어머니가 키워주셨고 둘째를 낳고나서는 파출부를 집으로 부르기도 했지요. 셋째까지 낳고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 시댁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도우미 하나 없이 손자 셋 키우는 시어머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그럼 제 남편은? 대한민국 남아라고 자랑할 수 있는 40대 가장이지요. 물론 평일에는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보기 힘듭니다.
어쩌다 일찍 들어오는 날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막내가 어지간히 울지 않고는 일어날 생각도 않는 겁없는 아빠이지요.
얼마전 뉴욕타임스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2030년에 없어질 직업의 하나로 아버지를 꼽았지요. 복제인간과 정자은행이 활성화돼 아버지의 존재가 필요없게 된다나요. 우리와 비슷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일본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자녀 양육을 하지 않는 남자는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아버지들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영수기자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