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기과열지구 금융·세제조치 뒤따라야

정부가 아파트가격 급등을 막고, 서민형 아파트의 무주택자 우선공급 등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한 주택'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오히려 아파트가격을 급등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조짐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이에 따른 금융정책.세제 개선 등 이중삼중의 주택투기 근절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 들면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과 분양가격이 급등한 대구 수성구 전역을 지난 2일자로 재건축조합원을 제외한 일반 신규분양 아파트의 경우 준공 후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는 주택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그런데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역내 부동산시장에서는 투기성 가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에 대해 동요하기보다는 오히려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분양권은 물론 기존 아파트 매물이 완전 실종된 상태다.

분양권의 경우 "금리가 싼만큼 대출로 중도금과 막대금을 막아가면서 준공때까지 분양권을 팔지않고 기다리면 그만큼 프리미엄이 더 커진다"는 판단에서 일단 매물을 거둬 들인 것. 이같은 분위기는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아 실수요자들이 뒤를 받치고 있는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분양을 마친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576가구)'은 계약자의 60~70%선이 투자수요로 추정되고 있는데도 분양권 전매(1회에 한해 허용)를 한 경우는 극히 드문가운데 대다수가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 전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오는 13~15일 일반분양분 계약에 들어가는 황금동 '캐슬골드파크'도 마찬가지다.

당첨자의 대부분이 은행대출로 일단 계약을 해놓고 본다는 입장이고, 조합원들도 무제한 전매가능 시한이 올 연말까지로 제한되고 있으나 '딱지'를 급히 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가 부동산시장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신축 아파트 입주시점에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함께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부동자금이 학군 등 주거여건이 좋은 기존의 아파트로 몰릴 것으로 예상, '팔자'던 매물을 모두 거둬들이면서 가격을 종전보다 더 주려해도 아파트를 살 수 없는 형편이다.

범어동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기존 아파트 가격이 평형대별로 500만원씩 올랐지만 팔자는 사람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대행사인 대영레데코 이호경 사장은 "분양권 소유자 대부분이 은행금리가 싼 관계로 아파트준공 때까지 대출받아 분양대금을 납입한 후 더 많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입주시점에서 아파트가격이 대폭 상승을 예견했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분양권 프리미엄에 대한 중과세, 아파트중도금 대출 한도액 하향조정, 사채시장 뭉칫돈의 분양권시장 유입차단책 마련 등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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