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 "송두율씨 '추방' 가닥"

재독학자 송두율씨 처리문제가 국외추방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외추방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으나 일단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도 수사당국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국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상 국외추방에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5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송씨 문제에 대해 덤비지도 않을 것이고 필요없는 전선을 형성하지도 않겠다"면서 "최근 검찰의 내부 분위기에 신뢰감을 갖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려 보고 대응하겠다"고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국외추방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옮아가고 있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구속수사해 진실을 규명한 뒤 바로 추방해야 한다"고 한 반면 홍준표 의원은 "구속 후 일정기간 징역을 살리고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국외추방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이유는 기소할 경우 최종심까지 송씨를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극심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다 그가 실형을 받고 복역한 뒤 출소할 경우 '김정일 추종자'로 규정한 사람에게 국내에서 합법적인 활동공간을 열어주게 돼 국내 이념논쟁이 더욱 가열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해외 민주인사'라는 가면을 벗겨내 추방하는 것만으로도 '코드'를 맞춰왔다고 여기는 현 정부의 권위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국외추방은 검토해볼 만하다"며 추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그러나 진상규명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합신당도 입장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모든 것을 밝힌 뒤 국민 의견을 존중해 전체적인 구도를 잃지 않는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 곤혹스런 입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도 "추방도 검찰권이나 국법질서 행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면서도 "추방에 따른 독일 및 대북관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검찰내부 분위기 변화를 기대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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