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라크 전투병파병은 어리석은 일

이라크파병문제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파병 찬성자들은 무엇보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부하면 한미동맹관계의 균열, 주한미군의 재배치, 북한 핵문제 증폭 등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국익 손실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문제와 이라크파병문제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첫째, 한미동맹관계의 균열문제를 보자. 미국의 이라크파병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 우리 국익을 손상시키니까 파병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두 나라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상황이 어렵다고 하니까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있으면 돕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우리는 이라크에 일정 규모의 군대를 파견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제 다시 미국이 파병 요청을 해 왔다.

미국이 우리에게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해 주도록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요청이 강요가 되어서는 안된다.

파병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파병 반대 결정을 내린다고 미국이 한미동맹관계를 균열시키는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다.

파병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2사단을 철수시킨다든가 조기에 한강 이남으로 배치한다든가 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미군 재배치 문제는 파병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이미 한미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그 합의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배치 문제는 미국의 동북아전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므로 별도로 취급함이 타당하다.

셋째, 북한 핵문제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파병을 거절한다면 미국이 앞으로 있을 북핵 관련 6자 회담에서 남한에 불리한 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도 북핵 관련 당사자끼리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먼저 미국 눈치보며 파병과 이 문제를 관련시킬 필요가 없다.

미국의 한국군 파병 요청은 내년의 미대통령선거에서 부시가 재집권하기 위해 마련한 미군의 이라크 철수 수순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목적은 중동의 석유자원 확보라는 것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미국은 이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했으니 우리 전투병이 골치 아픈 이라크에 가서 미국 대신 뒤치다꺼리를 해달라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명분, 즉 9·11테러와 후세인과의 관련성, 대량살상무기 존재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엔의 승인도 얻지 못했다.

결국 미·이라크전쟁은 힘센 강국이 자국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한 소국을 침략한 전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관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파견한 우리가 또다시 전투병까지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성장환 성장환 대구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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