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장 1년4개월 맞은 대구수목원

'대구 수목원'(달서구 대곡동)이 개장 1년 4개월을 맞았다.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대구 수목원은 지난 1년 동안 대구가 자랑할만한 생태공원으로서의 발돋움을 준비해 왔다.

대구 수목원이 걸어온 지난 1년여와 앞으로의 모습을 짚어본다.

◇쓰레기 위에 핀 꽃

대구 수목원은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인공수목원이다.

1986년부터 1990년 4월까지 총 410만t의 생활쓰레기가 묻힌 이곳은 대곡지구 매립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10여년간 '죽은 땅'으로 방치됐었다.

당초 대구시 임업시험장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환경보호·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수목원이 조성될 수 있었다.

23만4천400여㎡(7만1천여평) 규모의 버려진 땅이 생명이 숨쉬는 땅으로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현재 이곳은 평일 4~5천여명, 주말이면 1만여명이 다녀가는 대구의 명물로 환영받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수목원이다보니 지반침하·침출수·메탄가스 발생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습니다".

대구 수목원 유성태(34·수목원 조성·관리 담당) 연구사는 이곳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 결과 수목원 지반을 차지하는 쓰레기 더미의 침출수는 지하에 설치된 맨홀로 집수, 성서 서부환경사업소로 보내고 메탄가스 배출을 위한 가스 분출공도 40여개를 설치했다는 것.

대부분 수목원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에 조성된 것과 달리, 시내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것도 대구 수목원이 가진 장점.

대구 수목원에는 현재 소나무, 전나무, 이팝나무, 층층나무 등 목본류 400여종(6만여그루)과 참나리, 복수초, 금낭화, 여로 등 초본류 800여종(13여만 포기)이 식재돼 있다.

서울 광릉의 국립수목원이 150만평인 것에 비교할 때 규모면에선 최소형에 속하지만, 수종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유 연구사의 설명.

수목원은 40여종 300점의 분재를 관람 할 수 있는 '분재원', 200여종 2천여그루의 선인장을 보유하고 있는 '선인장 온실', 250여점의 수석이 전시되어 있는 '수석전시관'을 비롯하여 화목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방향식물원 등 21개 원으로 구성돼 있다.

출산, 진급, 모임 결성 등 시민 각자가 기념할 날을 정해 묘목을 심을 수 있는 '기념식수동산'에도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회화나무 등 2천여그루의 나무가 푸르게 가꾸어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수목원 족보'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수목원 족보는 이곳에 심어진 나무와 풀 하나하나가 어디에서 채취된 종자인지, 어떤 곳에서 양묘됐는지, 이식은 언제 됐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작업. 유 연구사는 "식물종자 확보·관리 등 식물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자연 교실로 성장한 수목원

"엄밀하게 생태공원이란 말은 맞지 않습니다.

대구 수목원은 두류공원, 달성공원처럼 뛰어노는 공원이 아니니까요. 식물을 관람하고 체험·교육하는 장이자 각종 식물유전자를 수집·연구하는 학술공간이지요".

대구 수목원 강신구(31·수목원 교육·행사 담당) 연구사는 이곳을 휴양지쯤으로 생각하고 취사행위, 공놀이, 수목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여간 수목원을 운영하면서 묘목·화초를 몰래 파 가거나, 나뭇가지를 꺾는 행위가 빈발했다는 것. 강 연구사는 "대구 수목원의 성장은 결국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청소년 자연학교', '어린이자연체험교실' '식물식별요령 배우기'등 교육프로그램 뿐 아니라, 수목·야생화 분양,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 분재 전시회, 국화 전시회도 월별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달 말부터는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린 스쿨'도 운영할 계획. 주부, 퇴직교사 등 '자연교육지도자'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만도 100여명에 이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학교 조경담당자들을 위한 조경수목관리 요령도 배울 수 있다.

◇2005년말, 산림자료 전시관 건립

대구 수목원은 식재된 묘목을 안정시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묘목은 도태되고 있으며, 그 만큼의 새로운 묘목들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쓰레기장에 건립된 만큼 이곳의 환경이 식물 성장과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오는 2005년 말쯤이면 수목원 내 본관청사 옆에는 500여평 규모의 '산림자료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 수목원은 이를 위해 올해 1억6천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계용역을 의뢰했다.

2004년 20억원, 2005년 20억원이 투입될 계획인 산림자료 전시관에는 산림유물 전시, 숲 생태 영상 전시, 숲의 이로움을 알리는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대구 수목원 권영시(51) 담당계장은 "산림교육관이 들어서고, 나무들이 제자리를 잡게 되면 대구 수목원은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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