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신매매 덫 걸린 20대女 인생유전

'티켓 다방에서 단란주점으로, 그리고 강제 결혼에서 사창가까지'.

김모씨(23.여.경북 영양군)는 아직도 지난 1년여간의 끔찍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고 졸업뒤 구미의 공장에서 일하다 돈을 벌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다방에 발을 디딘 것이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잇따라 사고로 숨진뒤 김씨가 충남 아산의 모 다방에 취업한 것은 지난해 5월. 가족들의 불행이 돈 때문이라 생각한 탓에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굿을 해야 돈을 번다는 다방 업주의 강요로 굿값 300만원을 빌린 것이 빌미가 돼 돈을 벌기는커녕 한달여 만에 빚은 6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김씨의 삶은 '현대판 노예'로 전락했다.

빚을 담보로 한 업주의 요구로 지난해 6월 정신지체가 심한 박모(27)씨와 강제 결혼까지 당한 것.

그러나 결혼 생활을 이기지 못해 빠져 나온 김씨는 또다시 무허가 소개업자 김모(38)씨에게 넘겨지면서 충남 당진과 전남 순천 등 전국을 옮겨다니며 윤락을 강요당하는 생활을 하게됐다.

이후 부산 완월동의 사창가로까지 팔려가는 신세가 된 김씨는 결국 지난 6월 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한뒤 경찰의 구출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1년여 동안의 생활끝에 김씨에게 남은 것은 1천300여만원의 빚더미와 몸과 마음의 상처뿐.

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6일 무허가 소개업자 김모(38.충남 당진)씨와 임모(46.전남 순천)씨를 비롯, 티켓 업주 이모(50.충남 공주)씨 등 3명을 3개월간의 추적끝에 붙잡아 구속하고 김씨에게 윤락 행위 등을 강요한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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