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학생 환경미화원 오상석씨 "후회한 적 없죠"

"이제는 새벽에 집을 나서던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대구 중구에서 환경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오상석(22.영진전문대 1년휴학.사진)씨. 대구지역 최연소 미화원인 오씨가 거리에 나서기까지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0여년 동안 환경 미화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가 지난 2000년 4월 새벽 청소중 아카데미 극장 앞에서 무면허 음주운전 차에 치여 한쪽 다리를 절단했기 때문. 한참 꿈만은 20대 초반. 그러나 외동인 오씨는 어머니마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장에 다니고 있는 등 집안형편이 어렵게 되자 쉽잖은 결심을 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화원이 되기로 한 것. 오씨는 군 제대 뒤 환경미화원 노조의 배려로 주저없이 미화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미화원이 된 지 아직 1년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손목을 이용해 힘 들이지 않고 빗자루를 다루는 법도 배웠다"며 "새벽 공기를 마시며 청소를 마치고 나면 아버지의 대를 이어 미화원이 된 것에 대해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낙엽이 많을 때는 아침도 거르고 7, 8시간 동안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청소를 하며 아버지의 당시 고충을 새삼 느끼곤 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새벽 3시면 집을 나선다.

집이 대구 서구 중리동에 있는 그는 최근 자전거를 잃어버려 중구 시민회관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새벽 4시부터 빗자루를 잡기 시작, 오전 8시까지는 시민회관 앞에서 곽병원까지 등에 땀이 배일 정도로 도로를 깨끗이 청소한다.

아침식사 및 휴식시간은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그리곤 점심 시간을 빼고 오후 5시까지 다시 거리 곳곳을 돌며 버려진 휴지나 담배꽁초를 치우면 고된 일과가 끝난다.

다른 친구들은 청춘을 즐기며 시내를 오가지만 오씨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정년까지 채워 전국 최장수 환경미화원이 되겠다"는 오씨는 "쓰레기 봉지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이나 차안에서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운전자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새벽에 출근할 때면 아버지가 '항상 차 조심하고, 차도에서 떨어져서 청소하라'는 말씀을 하신다"면서 새벽길 운전자들이 미화원의 안전에 좀더 신경을 기울여 줄 것을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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