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개비-틀을 바꾸자

대구나 경북에 온 외지인들은 흔히 경상도 사람들이 무뚝뚝하고 사귀기 힘들며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이러한 보수.폐쇄성이 네트워크 형성이나 정보교환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데 장애요인이라고 본다.

한편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경상도 사람들의 또다른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뒤집어 보면 속은 인정과 의리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속정은 지난번 대구U대회 성공의 바탕이 된 시.도민들의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성금모금에 앞장을 서는 온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에선 경상도 사람들이 각종 모임에서 자기 잇속을 챙기지 않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성의 이면엔 '고집'이란 측면이 내포돼 있다.

고집은 대구산업의 침체를 가져오기도 했다.

직물 위주의 기존 섬유산업에 집착해 구조변화에 소홀한 결과 갖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일부 업체는 문을 닫으려 해도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소리소문 없이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문을 닫은 기업도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녹슨 기계들을 그대로 두고 있다.

첨단업종으로 전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노사문제도 '옛틀'을 고집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

자동차부품 등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도 노사분규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사주와 종업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집착한 나머지 노사화합이 경쟁력의 한 축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대구엔 혁신과 산업구조 전환의 목소리가 높다.

각종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지만 결국 일은 사람이 하게 된다.

10~20년 뒤 대구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업종으로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발전을 위해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전통.첨단산업 할 것 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틀을 바꾼 뒤 고집스럽게 전문화에 매진한다면 지역경제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섬유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추진해온 신제품 개발센터, 염색디자인 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 공장,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등 하드웨어 구축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

또 나노, 모바일, 메카트로닉스,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의료, 레저용 등 기능성 첨단섬유 제품의 경우 나노기술이나 화학기술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이미 첨단 업종으로 전환해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섬유업체도 있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늦었지만 생각을 바꿔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나가는 기업에겐 위기가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민병곤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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