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방 하나 있어야 한다.

맘껏 히죽거려도 새어나가지 않는

어떤 영혼도 기웃거리지 않는 방.

자유로움에 빠진다, 그들의 눈이

먹고 마시고 잠자는 혹은 은밀한

일상의 나를 따라 다닐 때

사랑과 영혼의 한 장면이 될 수 없다.

부시시 일어나 게으르게

-사는 일-마저 잊고 싶은 날이 있다.

정유정 '안식'부분

정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팔공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우리는 가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잠시 찾아가서 먼지를 떨구고 오는 그 곳에 살고 있으니 이 번잡한 곳에는 별로 나오고 싶지 않은 지 두문불출이다

이 시는 권태로운 일상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싶은 심정, 어떤 이유로든 잘되지 않는 흐트러짐을 의도적으로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을 적었다.

이해가 간다.

서정윤(시인. 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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