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 '노을앞에서'

"어! 캔버스가 무대로 변했네".

천재화가 이인성의 일대기를 그린 대구시립극단(감독 이상원.대구과학대 교수) 11번째 정기공연 작품인 '노을 앞에서'는 기존의 연극과 사뭇 다른 점이 많다.

일단 커다란 화폭으로 꾸민 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다 배우의 대사 비중을 줄이는 대신 몸짓, 소리, 음악, 빛 등 각종 오브제들의 활용폭을 넓혔다.

창작초연을 실험극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극'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과감한 시도다.

기존 연극처럼 줄거리, 사건, 인물간의 갈등은 물론 메시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더 필요하지요. 예술가의 일대기를 그린다면 대부분 전기적 구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공연이 자칫 지루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것을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시립극단 이상원 감독은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작품이 이미지 연극이다 보니 힘든 점도 많다.

올 초 완성된 대본은 고쳐지고 또 고쳐졌다.

기승전결 구조에 익숙한 배우들의 적응도 쉽지 않다.

이인성 역을 맡은 배우 성석배(극단 처용 대표)씨는 "대사보다 신체언어를 통해 이인성의 삶과 예술세계를 보여줘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림 속의 인물이 걸어나와 배우가 되거나, 배우가 캔버스 속으로 들어가는 등의 시각적인 재미는 탁월하다.

또 영화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웅장한 음향은 관객들을 연극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관객과의 새로운 교감의 세계를 시도할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대구 출신 천재화가 이인성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의 지보(至寶), 양화계의 거벽(巨擘)'으로 명성을 떨쳤다.

한국 근대 화단에서 약관의 17세로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 26세의 젊은 나이로 추천작가에 올랐다.

후기 인상파를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향토적인 정경을 독특한 시각과 강렬한 색채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일제 치하의 비애를 미적으로 승화시킨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인성은 문화관광부가 올 11월의 문화인물로 지정했으며, 내달 4일에는 세번째 '이인성 미술상' 시상식이 열리는 등 이번 공연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노을 앞에서'는 11월 3, 4일 대구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대구시민들을 만난다.

신철욱씨가 극본을 맡고 이국희씨가 연출을, 대구과학대 오환택 교수가 영상연출을 맡았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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