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업단

"남을 돕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이 없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보람은 더합니다.

더구나 노년기에 흔히 생길 수 있는 무료함과 외로움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자원봉사는 무엇보다 건강의 보증수표입니다".

매달 한번씩 우리 문화재를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대구 시니어 클럽 문화유산사업단 고수환(65.대구 상인동) 단장은 노년기에 봉사하는 삶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안동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올해 퇴직한 그는 지난 3월 우연히 대구 시니어클럽에서 문화유산해설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다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끝에 문화유산해설사 과정에 도전했고 4달 동안의 소양교육과 심화교육을 열심히 받았다.

지금은 시니어클럽에 매일 출근해 독자적인 문화상품개발을 위한 연구활동을 하는 한편 한 달에 한두 번씩 시설아동이나 장애아동들을 상대로 우리의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고씨는 "집안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몸도 점차 허약해졌으나 지금은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치다 보니 건강이 좋아지고 무엇보다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노인을 만나는 것이 아직 생소하다며 아쉬워한다.

"많은 노인들이 소일거리가 없어 노인정 등에서 화투나 바둑 등으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원봉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그는 "노인은 당연히 봉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지 봉사를 하는 주체자일 수 없다는 선입견을 노인들 스스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씨와 함께 자원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 한의웅(63.대구 월성동)씨는 "평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따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많이 소외돼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이나 시설아동들에게 문화적 소양과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시설아동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자원봉사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봉사단원중 최고령인 김광현(69.대구 범물동)씨는 불우한 아이들에 대한 봉사가 결국 자신을 위한 봉사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993년부터 3년동안 동구청 부구청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바쁘게 살았지만 막상 퇴직을 하고 김씨의 표현대로 종일재가(終日在家)하면서 '답답하고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다'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되찾게 됐다고.

"봉사활동을 통해 옷이나 먹을 것을 주는 것보다 우리 문화를 알고 국가관.예절을 배우게 하는 것이 더 큰 봉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봉사는 또 다른 봉사를 낳습니다.

우리 사회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봉사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속해 있는 문화유산해설사업단에는 현재 20여명의 문화유산 해설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위해 문화유산 해설사업을 벌일 요량으로 지난 3월 사업단이 구성됐지만 지난 7월 시설아동들을 데리고 경주 석굴암에 다녀오면서부터 시설아동이나 저소득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도 함께 벌이게 됐다.

앞으로 봉사의 범위와 활동 폭을 넓힐 계획.

대구 시니어 클럽 유우하 관장은 "노인 자원봉사 영역은 아직까지 환경보호, 청소년 선도, 한자 및 예절교육, 행정보조 등에 국한돼 있어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문화유산해설사업단처럼 특수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했던 노인들이 경험과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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