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날이 지난해 대선자금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각당은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똥이 튀지 않을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0...한나라당은 최돈웅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누가 얼마를 갖다 줬는지, 얼마나 걷었는지 알지못한다"며 SK비자금 수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검찰이 여당측의 비자금 수수를 수사하기 위해 야당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이 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수석의 개인비리로 얼버무리는 수사를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박진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대선 당시 현 후보측의 살림을 도맡았던 이상수 의원과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이자 금고지기인 최도술 총무수석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검찰이 버릇처럼 야당을 끌어들여 구색맞추기나 하고 노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개인비리로 얼버무리려 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내에서는 현 지도부는 대선자금 문제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향후 검찰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되더라도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으나 이번 수사가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0...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탈당한데다 소환 대상에 소속 의원이 포함되지 않아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용태 의원은 "대선때 이상수 의원이 금고를 따로 뒀으므로 무슨 돈이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며 대선자금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이 무슨 의도로 이번 일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세력이 자금을 만졌던 지난 2000년 총선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박상천 대표는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면 안된다"고 말해 민주당이 겉과는 달리 내심으로는 상당히 걱정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당내에서는 지금 소환된 의원은 없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소환되는 의원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측근을 수사하는 마당에 민주당을 지나치겠느냐는 것이다.
0...통합신당은 9일 최도술 전 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토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하는 등 정면돌파 입장을 정리했다. SK 비자금 의혹의 진상이 깔끔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현 정부와 자신들의 도덕성과 개혁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신당 창당 작업에 중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은 이날도 "대선 때 단 한푼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며 대선자금에 위법사항이 없음을 강조하고,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상수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본인의 '20억원 안팎'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96억원' '70억원' 등 이설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배달사고'나 '부외자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다.
특히 SK자금 수수로 개혁세력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신당의 개혁실험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당의 걱정은 깊어만가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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