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보여주는 길은 항상 새롭다.
그것은 말한다.
사회 개혁을 외치는 자는 언제나 반미치광이들이라고. 그들의 이상은 시절과 맞으면 인류의 진보를 낳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비참한 말로를 예고한다.
반면 진지한 인간들은 안락한 일생을 보내지만 현실에 발목을 붙잡혀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한다.
정통 상식파가 지닌 함정 때문이다.
기껏 권력자의 고문 노릇이나 하다 마는 게 상식파 지식인의 운명이다.
전자의 반미치광이를 좋게 말해 진보라하고, 후자의 고루한 상식파를 점잖게 보수라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정치성향이 빠르게 보수화 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서울대 등 6개 대학 교수팀이 지난 5월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41%), 중도(36%), 보수(23%) 순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진보(63%), 중도(25%), 보수(12%)에 비해 진보 성향이 줄고, 중도와 보수 성향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보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싶다.
대학생들은 무사안일에 빠진 보수에 대해 역한 반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들은 진보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믿었던 진보가 그려낸 그림은 신선한 파격이 아니라 무질서와 혼돈이었다.
이상을 받쳐주는 철학이 모자라고 방법론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기존질서를 부정하려는 돌출적 속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 인물들이 대통령이고 몇몇 장관들이며, 청와대 보좌관들이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깜짝 발언을 쏟아놓아 국민들을 경악시키거나 머리를 흔들게 만든다.
어제는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송두율씨가 왜 논란되는지 모르겠다.
언론이 머릿기사로 다루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이적행위자를 애걸하다시피 초청하고, 뒷배를 봐주는 이상한 나라의 괴상한 작태를 그냥 두고보라는 말이다.
언론 주무장관이 머릿기사의 내용까지 시비 거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가 잊어서 안될 일이 둘 있다.
하나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상식이다.
진보주의자들의 함정이다.
송두율씨를 가볍게 보는 것은 법을 문란케 하는 일이다.
문화부 장관이 오지랖 넓게 이런 문제에 끼어 드는 일이 없어야 법이 바로 선다.
친북은 이해할 수 있어도 김정일 체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생활이 먼저고 개혁이 다음이라는 것이 또한 상식이다.
진보가 진보 노릇을 못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과 상식이 아니라, 코드와 정서라는 붓 대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한국진보에 미래는 없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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