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급하는 것에 그친다면 지역신문의 미래는 없다'는 인식은 선진국 지역신문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대다수 신문들은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적인 구심체 역할은 물론 지역민들에 대한 정보와 문화 공간 제공에도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각종 문화 관련 프로그램에서부터 티켓구매까지 신문사 건물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출판물을 제공하는 것도 지역신문사들의 몫이다.
마르세이유와 함께 프랑스 2대 도시로 꼽히는 리옹시의 최대 일간지 '르 프로그레스지'.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이 신문사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마치 잘 꾸며진 도서관이나 호텔 로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쪽에는 지역내 다양한 문화 공간과 각종 공연 정보를 담은 안내서들이 빼곡히 꼽힌 책장이 신문열람대와 함께 자리잡고 있으며 다른 쪽에는 공연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안내데스크가 부음.개업 등 생활 광고를 접수하는 창구와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리옹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열린 공간인 셈이죠". 장 클로드 라쎌 편집부국장은 시민들에게 좀 더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1층 로비를 이처럼 꾸며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문을 읽기 쉽도록 현재의 70% 크기로 줄이는 대신 지면은 32면에서 60면 이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며 "증면된 대부분의 지면을 지역 경제와 문화 소식, 동정 등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사는 증면과 윤전기 증설 등을 위해 내년부터 7천만 유로(약 900억원)를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라쎌 부국장은 "독자를 1%라도 늘릴 가능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모기업인 델라로쉬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특히 르 프로그레스지는 단순한 정보전달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신문 자체를 지역민의 공기로 제공하고 있다.
지역내 각 초.중.고교가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일년에 한차례씩 지역내 각종 현안 등을 주제로 직접 신문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2개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주요한 행사나 현안이 있으면 시민들에게 신문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 110년의 전통을 가진 요코하마시 가나가와 신문은 지역내 교육.문화 사업의 구심체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는 사례.
도쿄와 인접한 탓에 아사히, 마이니치 등 전국지와 경쟁을 치르고 있는 이 신문은 주민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30만부의 부수를 유지하며 여전히 지역민들의 사랑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신문 논설위원인 나카무라씨는 "80년대 전국지가 본격적인 시장 확장에 나선 이후 지역 신문 가운데 가장 큰 치명타를 입으면서 지역밀착형 신문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지면 개선뿐 아니라 출판, 문화 등 지역 연계형 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출판국을 강화, 해마다 50여종의 잡지와 책자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전국 고교 야구대회와 음악회, 불꽃놀이를 비롯한 지역 축제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카무라씨는 "신문사 매출에서 광고와 판매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낮아질 정도로 출판과 문화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며 "특히 출판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문으로 지난해 월드컵 결승전 때 외국 귀빈을 위한 홍보 책자를 제작할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 출판 사업은 풍부한 경력을 가진 편집국 기자들이 출판물 성격에 따라 팀을 구성, 작업에 나서고 있어 지역 출판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다.
신문교육과 홈페이지도 가나가와 신문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의 하나.
환경과 지역 경제, 문화 등을 주제로 한 주에 1면씩 지역내 각 학교들이 돌아가며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젊은층의 신문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신문사 홈페이지내에 지역 출신 연예인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 하루 평균 100만건의 접속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신문교육(NIE)은 가나가와 신문뿐 아니라 일본내 대다수 지역지들이 오랜기간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 신문교육재단 유지 캄바야시 부장은 "수도권에서 벗어난 소도시와 농촌으로 갈수록 학생들에게 사고의 다양성과 가치관을 키워주기 위한 신문 교육이 활성화 돼 있다"며 "대다수 지방 신문들도 신문교육 전담기구나 기자를 두고 교육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일본처럼 각 지역이 다양한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는 지역문화를 지키는 차원에서 지역지를 활용한 신문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분권의 교과서로 불리는 독일의 신문산업을 보면 지역 발전과 지역 신문과의 관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독일 언론인연맹 인쇄매체 간사장인 게르다 타일레씨는 "일간지 360개 중 배포지역이 넓은 5개 신문(이것도 지역지 성격이 강함)을 빼고는 모두가 지역지로 한 도시에 한두개씩의 일간지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며 "전통적으로 지역민들은 지역신문을 통해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지역신문을 통해 배출되는 다양한 여론들이 때로는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국가 정책을 만들어 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전국지가 등장하지 못하는 것도 지역지가 곧 지역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사진:프랑스 리옹의 프로그레스 1층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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