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각해보기-다수결 시스템 전통.습속

▲다수결의 오류

영화의 원제는 '소수의 의견'을 뜻한다.

모든 살인사건은 세 명의 예지자가 동의한다.

그러나 간혹 세 명의 예지자 중 두 명과 다른 의견을 가진 한 명의 예지자가 있다.

그 예지자의 리포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민주주의'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는 원칙이 '다수결의 원칙'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행위다.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사안이나 인물을 선정한다

그러나 최근 '개인(인간)의 재발견'이란 담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대 자유인, 집단 대 단독인, 다수 대 소수에 대한 통념을 재해석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한 배를 타고 표류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9명은 동쪽으로 가자고 하고, 1명은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에서는 당연히 동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1명이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그래도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가.

'60억명의 지구인은 60억개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의견일치에는 도달할 수 있지만, 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다.

간혹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희생하는 이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같은 담론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깨자는 것보다는 다수의 이름으로 묵살되어온 소수의 저항과 인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도가 강하다.

그리고 다수결로 자행되는 몰개성에 대한 반성도 포함하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틀릴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사회에서도 여전한 '소수의 소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스템의 폭력

영화의 컨셉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터미네이터'나 '타임 머신'처럼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를 건드리지 않고 예지자를 등장시킨 것이 이색적이다.

예지자는 무한대의 계산까지 순식간에 해 내 '미수범'에 그칠 범인을 '기수범'으로 단정한다.

그들의 리포트로는 절대 미래가 바뀔 수가 없다.

예지자는 시스템(체제)을 유지시키는 결정론의 화신이다.

문제는 진실을 가진 하나의 리포트가 폐기된다는 점이다.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관계하지 않는다.

진실보다 시스템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것은 미래 뿐 아니라 현재에도 자행되는 시스템의 폭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스템과 개인은 늘 상충한다.

한 예로 영국 리버풀의 한 번화가에 CCTV를 설치했더니 강력범죄가 1년 만에 5분의 1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범죄 방지를 위한 목적은 효과를 본 것이다.

그러나 그 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로 의심 받는 보행자의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시스템과 개인으로 양분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사이에는 시스템 관리자가 있다.

문제는 시스템 관리자의 오류다.

그들의 오판과 부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영화 속 시스템 관리자는 자신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다행히 영화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낙관으로 끝을 맺는다.

시스템 관리자는 자살하고, 시스템은 붕괴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