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10일 재신임 발언은 우리사회를 논란으로 몰아넣을 불씨를 남겼다.
재신임을 묻겠다면서도 그 방법과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재신임의 방법과 절차, 시기 등을 놓고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전체가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재신임을 물은 전례가 없는 데다 현행 헌법이나 관련 법률에서 재신임을 묻기 위한 조건과 절차를 규정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신임의 방법은 국민투표, 여론론사, 내년 총선결과에 따른 결정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들 방법들 모두 재신임의 본뜻을 살리는 데는 부족하거나 그 결과를 놓고 어떤 기준에서 재신임과 불신임을 가를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나라당 등이 주장하고 있는대로 국민투표가 시빗거리를 낳지 않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긴 하지만 헌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규정하고 있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 여부'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사안'에 해당되는 만큼 이를 근거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헌법상의 국민투표는 국가가 중대한 순간에 처했을 때 정책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통령의 재신임은 여기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경우 재신임을 묻는 사유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 등 측근의 부패혐의이기 때문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도 이같은 점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나 국민투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야당측에서 의심하고 있는 대로 '내년 총선 등을 겨냥한 정치적 암수'라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국민투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72조가 국민투표 결과의 평가기준이나 방식, 효력 등에 대해 자세한 규정을 담고 있지 않아 재신임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행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해석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재신임 국민투표에서 국민 과반수가 불신임을 표시했다고 해도 노 대통령은 이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내년 총선결과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헌법상 대통령 단임제이고 재신임을 묻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 중간평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찬성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신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해도 이를 재신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결국 총선 승리를 위한 암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노 대통령의 잔여임기는 더욱 험로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노 대통령의 후보단일화때 활용한 여론조사이다.
그러나 이 역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어떤 문항을 넣을지, 조사는 1차례로 끝낼지, 그 이상으로 해 종합적인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대통령 재신임이라는 중대사안을 다분히 감성적인 요인이 개입될 수 있는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고 외우 내환의 죄가 없으면 임기를 보장하는 헌법 규정과도 충돌, 위헌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투표용지에 재신임난을 만들어 투표에 부치거나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안 등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 그 결과를 재신임 여부로 받아들이는 방법, 국민투표법에 대통령의 재신임 규정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거나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재신임 시기에 대해서는 정기 국회가 끝는 직후인 내년 1월 또는 2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예측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운영의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하고 시급한 과제를 처리하는데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를 명시했고 이를 노 대통령의 "내년 총선 전후"라는 언급과 연결시켜 보았을 때 내년 1, 2월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정경훈기자 Jjgh0316@imaeil.com
사진:노무현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