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황당하다.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5년 임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상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느닷없는 '재신임' 기자회견을 본 국민들은 "어라?" 충격속에 휩싸였다.
패도 두패로 갈렸을 것이다.
당장 오늘 아침 고건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책임통감을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
도대체 이러면 나라꼴이 어찌되는가?
집권 8개월만에 대통령이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이 불행한 사태는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뒷받침해온 집권층의 책임이다.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 그 누구도 모르게, 대통령중심제에서 있지도 않은 '재신임'을 들고 나온 것은 명분과 현실 어느 것에도 맞지않은 무책임한 발상임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맡았으면 책임을 질 일이고, 그만 두려면 곱게 그만 둘 일이지…"하는 시중의 비판은 그래서 따갑다.
아니 국민투표 한번 하면 돈이 7, 800억씩 드는데, 만일 '불행한 사태'라도 나면 또 대통령선거를 해야 하고 그러면 나라꼴이 얼마나 혼돈할 것인가? 그게 싫으면 나를 재신임해서 야당과 언론의 입이 쑥 들어가게 하라 이건가?
노 대통령은 자신을 지탱해온 도덕성의 추락, 20년을 한솥밥 먹어온 자신의 회계책임자 최도술씨의 SK비리 의혹 등에서 많은 심리적 타격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생각의 촉매가 됐을진 몰라도 우리가 읽는 사유는 '도덕성의 상실' 이외에 더 많다.
부동산사태.노사문제.이라크 파병문제 등 더 큰 '정책의 좌절' 소위 '개코' 즉 개혁코드에 편향된 인사(人事)가 빚은 장관들의 잇딴 낙마(落馬), 도무지 잘못한 것 같지 않는데 숱한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퍼부어대는 '그 튀는 말씨', 그리고 언론 등과 잘못끼운 첫단추, 거대야당과의 자존심 싸움 등이 빚어낸 '복합 피로증후군'이 그 사유일 터이다.
어찌됐건,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만큼 이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리고 있다.
냉정히 두가지를 상정해 보자. 국민투표든 뭐든해서 재신임을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그게 노 대통령 정치 잘했다는 뜻이 될까? 아니다.
그동안의 잘못과 실책을 반성하고 여.야.경제인이 화합해서 다시는 국정 혼란 야기하지 말라는, 기회를 더 준다는 뜻일 뿐이다.
재신임 받았다고 해서 또 '개코인사' 계속하라는 뜻은 아닐 터이다.
측근들의 부패에 대한 용서의 뜻도 아닐 터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리더십의 회복은 가능할지 모르나 '개코인사'를 계속하고 국회를 무시한 정치, 혼란의 정책을 계속하면 재신임 받아봤자다.
결국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선언보단 코드정치 청산하겠다, 언론관계.정당관계 정상화하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 경제 살리기에 합심하자고 선언했어야 옳았다.
재신임에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경우, 심각한 국론분열과 경제위기, 4당체제의 책임공방이 눈에 선하다.
예기치 못한 대통령 선거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더욱 크다.
준비 안된 후보들의 난립, 사공 없는 배,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의 며칠밤, 이 엄청난 혼란까지 계산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위기감을 느낀 국민심리를 국면전환의 승부수로 삼겠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인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후보시절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수는 노무현 개인의 운명이 달린 문제지만 대통령의 재신임 승부수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임은 명백하다.
우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당장 해야할 과제가 국정공백과 혼란의 방지임을 외친다.
그럼에도 내각이 총사표를 던지고 청와대 비서진까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검찰총장까지 타월을 던지려는가? 이러면 곤란하다.
대통령을 보지 말고 국민을 쳐다보라.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 차리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여든 야든 모두가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어야 국정이 굴러가고 재신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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