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이불 덮은지 50년만에 웨딩마치-김정홍, 최학금씨

"가슴이 설레 며칠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영감도 수시로 양복 다리고 구두 닦으며...".

신랑 김정홍(70) 할아버지와 신부 최학금(69) 할머니가 9일 포항시 청하면 청계리 노인요양시설인 정애원 잔디밭에서 함께 산 지 50년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북한 청진이 고향인 김옹은 한국전쟁때 월남해서 온갖 장사를 다 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부인과는 군 제대후 원주에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어려운 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게 지금껏 가슴 속 한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김옹과 최할머니는 "이제는 소원을 풀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최할머니는 이날 결혼식에 "유일한 혈육인 딸이 몇해전부터 연락이 끊겨 참석하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적셨고 김할아버지는 "결혼 날짜를 통보받고 왠지 북에 남았던 어머니가 그리워졌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정애원에는 김옹 부부외에 3쌍의 노부부가 친지.동료 노인 등 1천여명의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를 맡은 열린가람(사회복지법인) 대표 난승 스님(운흥사 주지)은 4쌍의 부부에게 선물로 반지(신부)와 염주(신랑)를 준 뒤 2박3일간의 제주도 신혼여행을 주선했다.

가을 하늘도 이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랑.신부들'의 새로운 백년해로를 축하하는 듯 높고 푸르기만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옹 부부는 포항시의 월 25만원 생계보조비로 근근이 생활해오고 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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