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 포목 교정기 넘보지 마세요"

대구 성서공단 (주)화인기계전자 정자영(58.사진) 대표는 제조업계에서 어느덧 찾아보기 힘들어진 '고졸 학력'의 최고경영자다.

게다가 적잖은 기업 대표들이 선대(先代)의 가업을 물려받은 경우임을 감안한다면 정 대표의 인생 역정 또한 남다르다.

고교 졸업 후 가게 종업원부터 시작, 자신의 손으로 직접 기업을 일군 것.

9일 발표된 대구중소기업대상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화인기계전자. 이 회사는 정 대표의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기업이다.

종업원이 18명 뿐인 소기업이지만 매출액(지난해 기준)은 45억여원에 이르러 종업원 1인이 무려 2억5천여만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작지만 강한 회사

정 대표의 회사가 탄탄한 이유는 고부가가치의 기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 섬유원단의 가공공정에서 발생하는 뒤틀림을 교정하는 '자동포목교정기'를 만드는 화인은 대구.경북 포목교정기 시장의 90%를, 전국적으로도 70%나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 사무실엔 형광색 색종이 20여개가 빼곡히 붙여진 대형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형광색 색종이가 붙여진 곳은 이 회사 제품이 수출되는 나라. 터키.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한 해 24억여원(지난해 기준) 상당을 팔고 있다.

수출비중이 매출의 55%.

정 대표는 고교졸업후 대구 교동시장의 전기재료상 점원으로 일하다 섬유 기계를 깨쳤다.

당시 비산염색공단에 전선을 배달하다 우리나라에선 '자동포목교정기'가 개발되지 못해 전량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

그는 조그만 공장을 꾸려가면서 무려 8년 이상을 자동포목교정기 개발에 매달렸다.

개발과정에서 빚도 엄청나게 졌다.

파산직전까지도 갔던 그는 마침내 1989년 개발에 성공했다.

"장인어른 집까지 담보로 잡혀 아내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까지 줬습니다.

사위 잘못 얻어 집안 망쳤다는 소리까지 들을 땐 그야말로 죽고싶은 기분이었죠. 그러나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신념을 버릴 순 없었습니다.

제가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남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개발에 매달렸기에 오늘이 있었습니다.

섬유산업은 하이테크화되어야하고 이를 통한 인력절감이 되어야 고부가가치 산업이 됩니다".

정 대표는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인재가 생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일 대신 기술개발에 동참하는 인재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그들에게 회사를 꾸려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허에다 실용신안등록 등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그는 몇 년 후를 기대해달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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