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속전속결형' 재신임 국민투표를 거듭 제안하자 정치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당초 입장에서 유턴, 정파간 이해득실을 따지며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회동, 조건없는 재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국민투표에 앞서 노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 비서관의 비리의혹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홍사덕, 민주당 정균환,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14일 오전 조찬회동을 갖고 노 대통령의 '재신임'문제에 대해 공동대처키로 합의했다. 홍 총무는 회동후 "3당 총무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자칭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측근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도술을 부리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재신임 문제가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야3당의 공조체제가 본격화될 경우 재신임 문제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게 분명하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노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한 특검제나 국정조사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국민투표로 가더라도 노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비리를 최대한 부각시켜 불신임 여론을 조성한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최 대표는 회동직후 기자와 만나 "나라가 비상상황이니 얘기 좀 해보자는 자리였다"면서 "민주당이 국민투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최도술 전 비서관의 비리)물증이 없으니까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손가락으로 '돈'표시를 하며)이런게 좀...장수천...뭐 그런 얘기가 있다. (노 대통령이)머리를 잘 쓴 것이다"고 했다. 최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요구가 향후 드러날 측근비리를 상쇄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담았다.
박 대표나 민주당의 분위기도 국민투표 반대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는, 국민투표 함정에 말려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날 "최도술건은 실종되고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본질이 변질되고 있는데 뭘 가지고 국민투표를 하자는 말이냐"며 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자민련도 재신임 정국에 동참하는 것이 여러모로 '손해 볼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당내 '국민투표 대책특위'까지 구성했다. 김학원 총무는 "이른 시일내 특위 인선을 마치고 국민투표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물론 총선과 관련한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통합신당의 입장. 3당이 공조체제를 보이자 통합신당도 득실을 따지고 있다. 3당의 재신임 반대 분위기를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긴급 의총을 열어 국민투표를 위해 3당 교섭단체 대표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15일 예정된 3당 대표.원내총무 회담에 불참할 계획이었다가 참석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모아지는 것도 정치권 전반의 재신임 반대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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