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이 들면 사람들도 못 알아볼 거라고 주위
에서 겁을 주시더라고요. 제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똑소리' 나는 진행으로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MC로 활약했던 '뽀미 언
니' 왕영은이 10년 만에 라디오 DJ로 방송에 복귀한다.
왕영은은 KBS 라디오 가을개편을 맞아 20일 첫 방송되는 KBS 제2라디오(FM 106.
1㎒) '안녕하세요 노주현 왕영은입니다'(오전 9시5분∼11시)의 진행자로 방송 활동
을 재개한다.
1980년대 MBC '뽀뽀뽀'의 초대 진행자로 얼굴을 알린 왕영은은 1994년 KBS '무
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끝으로 활동을 접을 때까지 대표적 여자 MC로 활동해 왔다.
'뽀뽀뽀', '젊음의 행진' '오늘' '전국은 지금' 등을 진행했으니 어린이부터 중
년층 대상까지 당시 대표적 프로그램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왕영은이 '장수만
세'만 하면 다 하는 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13일 여의도 KBS 정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10년만에 복
귀하려니까 세월이 꽤 흘렀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부장님이 세월이 더 지나면 사람들도 예전처럼 못 알아 볼거다.
한창 같이 활동하던 PD들도 이젠 다 부장 이상 됐으니까 더 잊혀지기 전에 지금이
딱 적당한 때다고 권하시더군요. 방송국에 와보니까 틀린 말씀이 아니었고요."
'안녕하세요…'는 청취자 엽서와 사연을 중심으로 세상 살아가는 푸근한 이야기
로 엮어 가는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 그에게 10년간의 주부 경험이 방송 진행에
큰 밑천이 될 전망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그만 둔 뒤 10년 동안 정말 평범한 주부로서만
살아 왔죠. 동네 아줌마들하고 수다 떨고 장보러 가고 아이들 남편 뒷바라지하고. 1
5년 정도 방송하다 딱 끊은 뒤에도 한 동안은 언제 그렇게 바쁘게 지냈는지 싶을 정
도로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커 가면서 손도 좀 덜 타고 회사랑 학교
보내놓고 아이들 올 때까지 시간을 좀 의미있게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평범하게 지내왔지만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가장 안 늙는 게 목소리라잖아요. 제 목소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예를 들어 AS센터 같은 곳에 문의전화를 하면 대뜸 '혹시 왕영은씨 아니세요?라고
묻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아직 옛날 목소리가 남아 있나 봐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줌마들도 부러움을 담아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
다.
"며칠 전에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거든요. 매일 같이 수다떨고 친하게 지내다
가 갑자기 TV에 나오니까 신기한가 봐요. 또 자기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부럽다고
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방송은 가정 생활에 지장없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해요. 아
직까지는 TV 프로그램 진행은 생각이 없고요."
한편 왕씨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데는 공동 진행자 노주현 씨와 호흡을 맞추
게 된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데뷔 전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
이다 . 노씨의 누나인 화가 노숙자 씨는 왕영은의 중학교 시절 은사이며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
"제가 중학교 때 노주현 선생님이 군대 휴가 나와서 누님을 뵈러 학교에 오신적
이 있어요. 학교가 발칵 뒤집혔죠. 스타가 된 다음이었기 때문에 노 선생님은 제가
처음으로 직접 본 스타셨거든요. 어찌나 마음이 설레던지, 후후. 노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게 돼서 사춘기 시절 생각도 나고요. 마음도 편합니다."
점잖으면서도 쾌활한 목소리의 노주현과 똑소리나면서도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진행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였다.(서울=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