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
"시어머니나 남편에 대한 화를 겉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그 화가 안으로 만성화된 것이 바로 여성들의 화증, 화병입니다.
그렇다면 화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화를 다스리고 안으로 삭인 덕분에 한국이 지탱됐습니다.
화병은 여성들의 자기단련이며 인격 수양의 또다른 결과인 셈입니다".
6일 밤 계명대 성서캠퍼스 의양관 강의실. 김열규(71) 계명대 석좌교수가 '한국인의 심성2:혼불과 화증'을 주제로 열강을 하고 있었다.
고희를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독특한 논리를 전개하는 그의 강의에 수강생들은 귀를 기울였다.
지난 9월부터 매주 월요일 열리는 김 교수의 '한국인과 한국문화 읽기' 강좌는 관련 교수들은 물론 지역의 작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내가 누구냐' '한국인은 누구냐'란 질문을 던지며 문을 연 이 강좌는 11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 그는 첫 강의를 통해 "'내가 누구냐'를 묻지 않고 무심하다면 백치이고, '한국인은 누구냐'를 묻지 않고 배긴다면 그 사람은 '천치'"라며 "이 두 물음을 갖고 한국 문화를 파고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의 성(Sexuality)1:사내와 계집'이란 주제의 첫 강의에서 그는 전통적인 남녀 관계에서 권력.힘이 맡아 낸 역할을 도깨비와 귀신으로 대치시키며, 도깨비의 대표 성(性)은 남성이고 귀신의 대표 성은 여성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 다음에는 '여성의 성은 타고난 것도 본능도 아닌, 다만 사내들이 만들어 낸 문화이고 제도일 뿐이며, 깊은 생채기'라는 내용의 '한국인의 성 2:여성의 성'을 강의했고, 이어 한국인의 한(恨)과 불면증의 속내를 파헤친 '한국인의 심성 1:원한, 그 푸른 칼날'을 주제로 강의했다.
앞으로는 한국인의 웃음, 혼례, 죽음 등에 대해 강의하고 '무당과 샤먼이 영혼의 조련사이고 관리자이며, 시베리아와 일본 그리고 한국의 신화 창조자'란 내용으로 전체 강좌를 마무리한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서강대, 인제대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고 지난 3월 계명대 석좌교수(1호)에 임용됐다.
'고향가는 길-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한국인의 죽음과 삶' '고독한 호모디지털' 등의 저서와 '한국민속과 문학연구'를 비롯한 10여편의 학술서 등을 펴낸 한국학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최근에도 '왜 사냐면 웃지요'라는 한국인의 웃음 미학에 대한 에세이집과 '동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신화' 등을 출간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에서 학문간 담장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학문 경향은 인간을 총괄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사의 무대는 바이칼호수에서 아무르강에 이르는 광활한 대륙"이라며 "이를 우리 학문의 영토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약령시가 번성한 대구의 경우 약물의 인류학, 약물의 기호학 등을 연구할 수 있다며 한국학에 이어 '대구학(大邱學)'정립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계명대 한국학연구원장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대학내에 건축중인 99칸짜리 전통한옥 '계명한학촌'을 중심으로 한국학 연구에 새 활력을 불어 넣는 동시에 한국학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경남 고성군 바닷가에서 연구 및 집필 활동에 전념하면서 강의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구를 찾는 김 교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말을 맺었다.
"요즘 부모들은 밤낮으로 자식들의 욕망을 채워주는데 급급한 탓에 문제가 많습니다.
자식의 기를 죽이기도 하고, 키워주기도 해야 합니다.
가정교육이 엄하고도 부드러워야 한다는 뜻이지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의 '스승'이므로 부모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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