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조조정 전문가 신대섭(34)씨

IMF 외환위기 직후 수많은 샐러리맨들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란 두 단어에 때문에 엄청나게 떨었고 피눈물도 흘렸다. 지금도 기업 구조조정이란 말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말. 하지만 이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직장인도 있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청송군 안덕면이 고향인 신대섭(34.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화성 쌍용APT 102동 1706호)씨가 그런 사람 중의 하나. 신씨는 대구지역 최초로 설립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CRC)인 (주)드림화인테크인베스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일하고 있다. 그의 직책은 M&A팀 과장.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의 부실 요인을 찾아 제거하고 회생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 대상이 사람이 아닐 뿐 병들거나 죽어가는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는 점에서 의사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최근 떠는 직종으로 부상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사(가)'. 신씨가 현재의 일에 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이다.

영남대 법학과 88학번인 신씨는 지난 96년 1월 지역의 주택건설업체인 (주)서한에 입사했다. "입사 다음해부터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졌습니다. 97년 11월 IMF 구제금융 신청 후 이자율이 폭등했고 (주)청구가 부도나는 등 지역 건설업체가 줄줄이 넘어지더군요. 98년 6월 대동은행이 간판을 내리면서 회사 자금줄도 막히기 시작했지요"

재무관리 담당자로서 회사를 위한 신씨의 노력은 이때부터 본격화된다. "98년 10월 주채권은행인 대구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가지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식사를 걸러가며 대기하기도 했지요. 이후 2년 동안은 법정관리 준비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입사 동기 26명 중 1호로 주임 승진, 최연소 대리 진급, 특별 호봉승진 3회 등 신씨가 (주)서한에 몸담으면서 만든 각종 기록도 모두 이러한 신씨의 노력에서 기인함은 물론이다. "경주에서 열린 전체 직원 세미나에서 당시 회사 회장님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신씨는 (주)서한이 법정관리에서 탈피(2003년 3월)하기 직전에 현재의 회사로 옮겼다. "회사를 거의 정상화시켜놓고 나니 그동안 익힌 기업 구조조정 노하우를 형편이 어려운 다른 지역 기업들을 위해 쓰고 싶었습니다"

이직한 지 1년이 채 못됐지만 그의 손을 거쳐 완전 정상화되거나 정상화가 진행중인 지역 기업은 구미의 KDS 등 3개에 달한다. 요즘은 경산공단 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ㅇ산업(주) M&A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내 손으로 구조조정한 업체의 임·직원들이 종전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씨는 지역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요즘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 중 극히 일부라도 기업구조조정에 투자될 수 있다면 지역산업이 숨통을 틀 수 있을 겁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급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인생 역전은 못돼도 부족함이 없다"고 얼버무린 신씨는 "일이 많아 쌍둥이 두 딸(3)과 아들(생후 7개월) 하나를 데리고 하루 종일 씨름하는 아내(31)를 자주 도와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말을 맺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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