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니까'.
요즘들어 대구에서 일어나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이야기 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생산성은 전국 꼴찌수준인데도 대구나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서 고급품을 찾는 손님들은 많다는 얘기.
중심산업인 섬유는 물론 각종 기업체들이 문을 닫아도 일부 고급 유흥업소와 여관들은 성업한다는 곳.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도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고급승용차로 바꾸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지역. 시청 앞 집단시위가 끊이지 않는 도시. 왜 그럴까
일제하 국채보상운동을 비롯, 국가위기 때마다 국난극복의 중심으로 자임하고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역할했다는 자부심으로 활기찬 모습이 가득 넘쳤던 곳, 대구. 그러나 지금의 대구 모습은 어떠한가.
'한때' 서울과 부산에 이어 '3대 도시 반열'에 올랐던 대구. 그러나 이제 인천에 뒤진데 이어 머잖아 대전에도 추월당해 '5등 시민'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왜 이렇게 됐을까.
'모난 돌이 정(釘) 맞는다'는 말처럼 비록 정을 맞을지언정 남들과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려 하기보다 '친구가 장에 가면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식으로 남 따라가고 흉내내기 바빴던 탓은 혹 아닌가. 누가 잘 된다고 하면 덮어놓고 자기도 뛰어들어 운좋게 돈을 벌면 함께 벌고, 망하면 '나만 망한 게 아니라 옆짚도 망했으니 다행'이란 잘못된 패거리 의식에 따라 동반으로 몰락을 자초한 것은 혹 아닐까.
아파트 값도 그렇다.
지난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아파트 전세값이 사는 값보다 높을 정도로 아파트 기피현상이 심했던 대구였다.
그러다 아파트로 돈 번다니까 너도나도 아파트 투기에 뛰어들었다.
한탕하려는 열풍이 휩쓸자 외지의 투기꾼들도 달려들었고 결국은 몇사람을 제외한 시민들은 피해자가 됐다.
교육문제도 그렇다.
수성구 학군에 들어가면 명문 대학교에 간다니까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값 비싼 수성구로 이사를 떠나는 이해할 수 없는 남부여대(男負女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저마다의 소질을 살린 개성있는 자녀로 키우기보다는 남들과 똑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자식 만들기에 더 열 올리는 학부모. 별난 자녀보다 특징없는 평균적인 학생을 더 좋아하는 교육체계.
이와 함께 너도 나도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싶어한다.
남들이 가니까. 그러나 정작 미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일깨워 주는 이런 말에 대해서는 우리 부모들은 외면한다.
'아무 의미 없는 통계수치의 하나가 되지 말라'(Don't be another statistic),'어중이 떠중이 같은 사람이 되지 말라'(Don't be a John Doe or Jane Doe)는 충고에는 귀을 기울이지 않는듯하다.
'대구니까'로 치부하기엔 우리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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