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강행할 뜻을 강하게 피력하고 나서 실제로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것인지 전략적 차원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자치부에 대해 국민투표의 실무적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국민투표 준비 지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국민투표 반대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국민투표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은 정치권에 대한 시위의 뜻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자 한 조간신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야당이 반대할 경우 (국민투표를)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보도되자 진상조사와 문책을 지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발설자로 유인태 정무수석이 지목됐고 유 수석은 "물러나라는 것 아니냐"며 사퇴의사를 표명, 이날 오후 유 수석의 경질설이 갑자기 흘러나오기도 했다.
유 수석의 사퇴설은 16일 오전 다시 제기됐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일일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이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한 이상 앞으로 이런 말을 각별히 자제해 달라"고 구두경고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진노한 것은 '두가지 이유'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 함구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어겼다는 것과 재신임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는데 핵심참모가 이를 훼손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노 대통령이 측근인사까지 질책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정치권이 국민투표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신임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이 반대하고 나선다고 빼든 칼을 거둘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서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감안, 국민투표 실시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헌법소원제기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신임 국민투표는 사실상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발의할 경우,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야당이 공조전선을 펴면서 반대하고 나설 경우 정치권과의 대결구도를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고 여론도 따라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 강행의 명분을 쌓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함구령은 국민투표 강행을 위한 적전 전열 분산방지라는 측면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그러면서도 "정치권이 국민투표에 대해 마냥 반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합의에 대한 기대감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16일 오전 여의도 통합신당 당사에서 열린 분과위원장단 회의에서 김원기 의장이 국민투표와 관련 야당의 입장바꾸기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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