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때되면 핵억제력 물리적 공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때가 되면 핵 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최근 국제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북)에게 핵 억제력이 있다 없다 하는 식의 논의를 펴면서 그

누구의 심중을 떠보려 하는데 우리는 그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며 "때가 되면 우리

의 핵 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그때에 가서 그런 논의

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나 어느 시점에 가서 핵 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할 것인지에 대

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우리를 악의 축,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가 '선핵포

기'를 고집하며 동시행동방식을 한사코 반대한다면 우리로서도 자위적인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핵 억제력을 유지강화하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는 외에 다른 방도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그 무슨 안전담보를 운운하면서도 우리의 쌍무적인 불가침

조약 체결 요구는 한사코 반대하고 있으며 말로는 우리와의 각이한 경로를 통한 접

촉이니 11월 회담 개최니 하면서도 실제로는 조-미 사이에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뉴욕 접촉마저 꺼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조-미 사이의 핵문제에 대한 책

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요술인지 2004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시간벌이를 하려는 것인

지 알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만약 대통령선거 전야에 핵문제 해결에서 시간을 끌면서 그

무엇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면서 "미국이 얻고자 하는

그 시간에 우리도 우리대로 이미 공개된 필요한 수단을 더욱 완비하고 강화할 수 있

는 충분한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우리는 조-미 사이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대화자체를 반대

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정책전환 의지를 가지고 진심으로 우리와

공존하려 한다면 구태여 대화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입장에는 지금

도 변함이 없다"고 말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사실상 지난 8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와 그 이후 부시 행정부가 취하고 있

는 입장을 보면 다음번 6자회담을 개최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기는 고사하고 더

복잡해질 것은 뻔하다"면서 "일부 나라들이 미국의 속심과 핵문제의 본질을 가려보

지 못하고 우리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적대시정책은 외면한채 6자회담의 개최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0일 '북조선이 우려하는 안전담보를

적당한 시기에 제기할 일련의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제임스 켈리 미국 국

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11월 6자회담의 개최는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확언

했다면서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실제적인 움직임은 이러한 양보나 평화적 해결 논

의와는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핵 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

을 내놓은 것은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 전환과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촉구하

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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