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미국이 이라크 재건과 치안확보에
국제사회의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출한 새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
했다.
이로써 전쟁에 이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는 국제사회의 사후 승인을 받게 됐으며 전후 이라크 안정과 체제이행을 위한 지원
을 촉구해온 미국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러나 결의안에 찬성한 안보리 국가들도 미국이 좀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면서 추가적인 대(對)이라크 병력, 자금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
을 나타내 미국이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이라크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
해서는 또다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회의를 갖고 미국과 영국, 스페
인, 카메룬 등이 공동 발의한 이라크 관련 결의안(안보리 결의 1511호)을 15대 0 만
장일치로 가결했다.
그동안 더욱 명확한 주권이양 일정 제시와 유엔의 역할 확대 강화 등을 요구하
면서 미국에 제동을 걸어온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반전 3국'은 물론, 반대 또는
최소한 기권이 예상됐던 아랍권의 시리아까지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반전 3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도로 장시간의 전화 정상
회담을 가진 끝에 미국측의 결의안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아 안보리 회의에서 만장일
치 결의안 통과가 예상돼 왔다.
통과된 결의안은 막판 협상을 통해 미국이 지난주 13일 재수정해 제출한 초안에
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약간 수정, 보완됐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었던 이라크 주권회복 일정과 관련해 새 결의는 "오는 12
월15일까지 새 헌법 입안과 이에 의거한 선거 실시 일정을 마련토록 한다"는 미국의
안을 그대로 반영했다.
또 이라크 전후재건과 치안확보, 체제이행 등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
는 내용은 종전과 같았지만 전후안정을 위한 다국적군의 임무는 "이라크에 국제적으
로 인정받는 대의제 정부가 들어서는대로" 종료된다는 규정을 삽입 군사적 점령사태
의 종식시한을 명시했다.
동시에 이라크의 통치권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시일내에" 이라크
인들에게 넘긴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주도 점령당국이 이라크 과도통치위
및 유엔 사무총장과 협력해 이에 관한 진전사항을 안보리에 보고한다"는 조항을 포
함함으로써 유엔의 개입여지를 좀더 넓혔다.
결의안이 통과된 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협상과정은 어려웠지만 그 결
과는 안보리의 모든 이사국들이 이라크 국민의 이해를 자신들의 모든 고려사항들보
다 앞세우려는 의지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오늘은 이라크 국민에게 좋은 날"이라면
서 "이라크 국민이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
요하다"고 지적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매우, 매우 기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반전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새 결의가 "올바른 방
향"이라고 평가했으나 "특히 이라크 정치과정에 관한 유엔의 역할과 주권 이양 등에
관해 좀더 진전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공동성명은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미 약속된 것 이외에 어떠한 군사적, 재
정적 지원도 구체화할 수 없다"고 이라크 지원에는 적극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파이살 메크다드 유엔주재 시리아 대사는 "새 결의안이 평화와 자유를 향한 이
라크 국민의 열망과 부합하는 우리의 모든 기대를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이라크의 주
권회복을 가속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이 대이라크 병력파견을 설득해온 파키스탄의 무니르 아크람 대사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계속 폭력을 불러 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파키스탄은 이라
크에 병력을 보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의 이와 같은 반응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이라크 병력지원 요청
노력은 유엔 결의안이 논의되는 동안 병력파견 여부를 미루고 있던 일부 국가에 집
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 통과후 이라크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초기 동참 분위기는 23, 24일 스
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 공여국 회의와 20,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
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공동체 정상회의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외교 관측
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파월 장관은 "새 결의안이 더 많은 국가들로부터 병력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문
을 연 것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미 병력파견을 고려중이던 국가에 대해 긍정
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그로폰테 미국 대사도 "이라크를 도와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국제사회
의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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