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섬유 이대로 둘것인가-전문가 조언

타 지역, 타 산업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섬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단일 사업으로는 사상 3천670억원(현재까지 2천995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밀라노프로젝트는 타 지역, 타 업종의 상당한 견제와 비판을 받아 왔다.

시기와 질시가 없지는 않지만 대구 섬유산업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시각은 포스트밀라노의 구체적 목표 설정에 약이 될 수도 있다.

◈업계 상향식 운영체제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밀라노프로젝트 원년부터 산자부 평가단으로 참여했던 강 교수는 포스트밀라노 최대 혁신과제로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강 교수는 "1차연도 평가때부터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강조해 왔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한 뒤 "1단계(밀라노프로젝트)의 하향식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 대구의 섬유업계에서 출발하는 상향식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일이 2단계(포스트밀라노)의 으뜸 과제"라고 충고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의해 정부 중심으로 급조된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는 하드웨어를 운영할 고급 기술.인력 확보에 소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

"지역 스스로가 먼저 섬유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권한, 역량, 비전을 갖춰야 한다"고 내재적 역량부터 강조한 뒤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면 주관기관이나 연구소뿐만 아니라 섬유업계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동향 철저히 분석해야

◆산업기술평가원 이강우 연구원

섬유산업에서 소프트웨어라면 단순히 인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산업기술평가원 이강우 연구원은 섬유산업의 정보화, 표준화, 기술이전, 기술협력, 국제교류 등 광의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확립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령 요즘 강조되는 기능성 섬유만 하더라도 생물, 고분자 등 섬유 이외 과학기술분야의 발전 정보, 기술개발 현황, 적용가능한 과학기술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연구원은 국내 기술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등 섬유패션 선진국의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 현황 그리고 경쟁국가인 중국과 동남아 시장까지 철저히 분석해야 고부가가치화, 첨단화가 불가피한 대구섬유의 살길이 보일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대구섬유산업을 활성화시킬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의 중심은 역시 사람"이라며 "대학과 연계한 신입사원 인턴제 등을 통해 지역 섬유업계의 인적 역량부터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과 기술융합 시도 필요

◆권업 계명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 3대 화섬산지인 대구가 경쟁력 있는 화섬산업의 도시로 살아나려면 첨단소재 개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용성 화섬은 더이상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권 교수는 첨단 화섬으로 가야만 대구 섬유가 살아나고, 지역내 총생산성이나 수출 그리고 고용창출의 3분의1 이나 차지하는 섬유산업이 살아나야 대구도 산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포스트밀라노에서는 기능성 또는 산업용 의료용 첨단섬유 개발을 위해 타 산업과의 접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섬유와 소위 첨단기술인 5T(IT, BT, NT, MT, ET)와의 기술 융합 또는 복합 기술을 가할 때 새로운 섬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것.

계명대에 퓨전테크노벨트 건립을 제안했던 권 교수는 대학 내부만이 아니라 대구시가 지향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에도 기술융합센터를 설립해야 하고, 지역경제의 주축이 될 밀라노프로젝트에도 섬유와 타 과학기술간 융합 필요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

"대학이 타 기술, 혹은 산업과 섬유업과의 중계역할(짝짓기)만 해준다 해도 섬유산업의 첨단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경영학에서 '사양산업'이라는 단어가 없듯이 섬유산업도 결코 사양산업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능성.산업용 체제 전환 바람직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연구기획팀장

"이제 또 다시 섬유대국으로 일어선 일본에서도 20여년전부터 섬유산업의 사양화 논란이 거셌다"는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연구기획팀장은 "일본이 섬유산업의 기능화, 첨단화로 섬유수출국으로 일어섰듯이 대구도 충분히 섬유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섬유를 수출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이라는 이 연구원은 앞선 섬유수출국들이 그러하듯이 대구 또한 섬유를 버리고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섬유가 살아남으려면 첨단화, 고기능화 등을 통한 지식산업화가 절실한 시점으로 패션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밀라노만 벤치마킹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능성, 산업용 섬유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일본 후꾸이 모델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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