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라고 읽으니/'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목소리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김명수 시인의 시 '하급반 교과서'의 일부입니다.
'통제된 사회에서의 맹목적 추종' 또는 '하급 사회의 획일성'에 대한 풍자로 읽히는 이 시의 속뜻도 속뜻이지만, 이 획일적 압력을 가능케 하는 교과서는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도 가히 절대적인 권위를 지닙니다.
학교에서의 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자면, 이 교과서에 게재된 시가 정말 훌륭한 작품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과서를 통해 처음으로 시를 시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또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시를 시로 배우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생각으로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를 펼쳐 보면 다시 검토되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나 염려스럽습니다.
"춤을 추어요./고개를 끄덕끄덕/어깨를 으쓱으쓱/엉덩이를 흔들흔들.//덩실덩실/신나게 춤을 추어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42쪽에 실린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70년대 후반에 가수 장은숙이 노래한 '춤을 추어요'라는 대중가요를 연상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그렇지 않아도 훔쳐 듣는 노랫가락에도 너무나 가볍게 또 천박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들에게 춤을 권하는 노래라니요. 설혹 1학년 수준에서 시늉말의 묘미를 가르치기 위해 가져온 작품이라 하더라도 우선 작품의 시적 품격이 넉넉해야 그 시에 쓰인 시늉말이 생생한 묘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요.
또 1학년 교과서에는 '학교종이', '사과 같은 내 얼굴', '산토끼', '엄마돼지 아기 돼지' 같은 노랫말이 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입술이 닳도록 불러온 노래들이지요. 온갖 몸짓을 곁들이며 지겹도록 불어온 노래들이지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처음 시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런 익숙한 노래를 시로 제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선 리듬을 들려주어야지요. 늘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어야지요.
흔히 동시는 쉬운 것이며 심지어는 유치한 것으로 인식하여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 교육에서 맨 먼저 교정되어야 할 시각입니다.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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