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랑 자녀랑-똑똑한 엄마가 되자

'우리 아이는 말을 잘 못 해요, 남 앞에서 말 좀 잘 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세요'. 매년 초 유치원 신입생 면접 때마다 어머니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말씀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곧잘 추는데 자기 생각을 말로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마음이 급한 학부모들은 '어디 가서 심리치료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린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말 할 기회가 적어, 때로는 자신이 할 말을 부모가 알아서 다 해 주기 때문에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은 하고 싶은 게 많고, 그래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도 많다.

들어주기만 하면 신이 나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말한다.

물론 그림이나 글로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전문적인 치료라기보다 '기회'인 것이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든다는 점이다.

부모의 욕심으로 이것도, 저것도 가르치고 억지로라도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른바 부모의 틀 속에 자녀를 가둔다고 할 수 있다.

만 5세 여자 원아가 어머니와 주고받은 이야기 한 토막을 살펴보자. 원아:엄마 나도 건우처럼 다시 아기가 되면 좋겠다.

엄마:왜? 원아:건우는 매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 엄마:지윤이도 엄마랑 매일 같이 있고 싶니? 원아:그리고 나는 유치원 갔다 태권도, 피아노학원 갔다오면 친구들이랑 놀 시간도 없고

건우는 학원 안 가도 되니까 좋겠다.

엄마:지윤아 학원 가기 싫어? 지윤:응, 나 많이많이 놀고 싶어. 그리고 엄마랑 같이....

이 대화에서 어린이의 말만 간추려 보면 '나도 건우처럼 다시 아기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건우는 매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 그리고 나는 유치원 갔다 태권도, 피아노학원 갔다 오면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고 건우는 학원 안 가도 되니까 좋겠다.

나 많이많이 놀고 싶어 그리고 엄마랑 같이...'.

어린이 혼자 이렇게 조리 있게 말 하기는 힘들다.

부모가 대화를 이끌어주면 자녀는 술술 생각을 풀어낸다.

이런 이야기를 조금만 꾸며주면 자녀의 마음을 담은 한 편의 시를 만들 수 있다.

이 내용을 다른 친구들 앞에서 6하 원칙에 따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녀가 토막토막 쏟아낸 말을 엄마가 정리해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자녀가 이야기를 할 때 부모들은 귀담아 들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으면 자녀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가두게 된다.

유아기뿐만 아니라 초중등생 자녀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자. 자녀가 고민을 부모에게 털어놓고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김영애(대구 혜성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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