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전쟁, 그 폭력불감증
베트남전까지도 전쟁은 '맞짱 전쟁'이었다.
총이든, 칼이든 맞대면으로 싸웠다.
이것이 깨진 것이 걸프전. 보병의 활약 없이 버튼 하나로 미사일을 주고받는 '원격 전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블랙호크 다운'의 지휘관도 헬기에서 촬영되는 동영상을 보면서 전투를 지휘한다.
걸프전은 대량 학살의 이른바 '전쟁 공업화'를 현실로 체감한 전쟁이며, 또한 첨단 전쟁의 폭력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 전쟁이었다.
전쟁은 50만년 전 원시인들이 의사를 교환하게 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시대에는 칼, 창, 활이 고작이었으나 15세기 화약이 발명되면서 총포가 등장했다.
19세기에는 무기의 진보가 이뤄지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이 출현하면서 전쟁의 공포가 극대화됐다.
올해 이라크전은 외과의사가 특정 부위만을 골라 수술하듯 목표물을 타격하는 '외과수술 같은 공격'(Surgical Strike)이 화제가 됐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폭기, 위치추적시스템(GPS)을 이용한 미사일 등 무기가 첨단화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가공스러워진 것이 전쟁에 대한 인간의 무신경이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니 피가 터지고, 살점이 뜯기는 인간의 고통은 실감하지 못한다.
자신이 치른 전쟁을 CNN 뉴스를 통해 본다는 것은 현대전의 아이러니다.
더구나 생중계를 통해 마치 스포츠경기를 보듯 전쟁을 대하는 것은 현대전의 폭력성과 함께 전쟁 불감증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것이다.
세계인구의 20%가 세계 자원의 80%를 낭비하면서 세계인구의 20%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현대전의 현주소다.
군사력 증강과 첨단화는 그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전쟁은 '해결의 일부'가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는 일본 사회학자 도다 기요시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실체
'블랙호크 다운'의 비극적 전투는 현지 미군의 오판에서 나온 것이다.
비록 소말리아 파병 미군 지휘부의 작전 실패지만, 일각에서는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나온 미국의 오만함이 원인이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대 로마는 도전 세력을 강력 응징하며 자기 질서 속의 평화를 강요했다.
바로 '팍스 로마나'이다.
그 뒤 18세기말 세계의 패권을 잡은 영국에 의한 '팍스 브리타니카'에 이어 미국과 구 소련의 '팍스 루소-아메리카나'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지자 미국의 독무대, 바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열렸다.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를 뜻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이 중심이 된 평화라는 뜻이다.
그의 질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적'이 되는 '일방적 평화'이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까지 '팍스 아메리카'는 느슨한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공화당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힘의 외교'를 추구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났다.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 제한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환경에 관한 교토의정서도 탈퇴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에서도 일방적으로 철수해 '단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가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비난도 일었다.
이라크전으로 미국인이 당한 테러의 '보복 전쟁'은 승리를 거두는 것처럼 보인다.
또 미국의 안보 전략도 당분간 강경 일변도를 고수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지금 세계인이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우리 지구는 안전한가'라는 문제다.
미국은 80년대 소련군을 격파하기 위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리스트에게 30억달러를 들여 훈련을 시켰고, 1982년에는 이란인을 학살하려는 사담 후세인에게 수억달러의 무기를 원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화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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