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자치-경주시 행사 줄도산 위기

경주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해맞이축제와 제야의 종 타종식 등 주요 행사비를 전액 삭감함에 따라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예산안 삭감을 두고 집행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시의회가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시의회 내부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게다가 집행부가 제출한 시책업무추진비마저 전액을 삭감해 앞으로 시청을 방문하는 해외 인사에게 식사제공조차 할 수 없게 됐으며, 긴축재정으로 부서마다 비상이 걸렸다.

경주시는 문무왕 수중릉 앞 백사장에서 열리는 풍어제와 함께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대대적인 해맞이행사를 준비해 왔지만 행사비 2억여원이 전액 삭감돼 행사 포기를 선언했다.

또 토함산 석굴암 통일대종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식도 소요예산 5천500만원 중 겨우 500만원만 확정되고 나머지 5천만원이 모두 삭감돼 결국 행사가 무산됐다.

집행부가 제출한 시책업무추진비 1억2천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경주시청을 방문하는 해외 손님들에게 식사제공도 못하고, 연말 각종 행사 참석자에게 제공하던 공식 식사도 불가능해졌다.

이밖에 고대에서 근세까지 경주의 역사를 만화로 알기 쉽게 풀어 편찬하려던 계획도 발간비 3천500만원 전액이 삭감되는 바람에 결국 백지화됐다.

경주시는 향토출신 만화가 이현세씨에게 실비로 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성사됐지만 예산 삭감으로 불발돼 시의 공신력만 떨어진 셈이 됐다.

집행부 한 관계자는 "의회가 꼭 필요한 예산까지 삭감해 집행부를 난처하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갈등이 장기화되면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시청 직원들은 "일부 의원들이 지역 민원해결 과정에서 집행부와 서운한 일들이 쌓인데다 의회내 주류, 비주류간 갈등 때문에 집행부가 벼락을 맞았다"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경주시 이찬우 예산담당은 "올해 눈높이컵 축구대회, 엑스포 등 굵직한 행사들이 많아 시책업무추진비 지출이 평년보다 배 이상 많았다"며 "긴축으로 연말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집행부와 감정이 있어 보복한 것은 아니며, 불필요한 예산삭감에 대해 우연히 의원들간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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