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너무 나간' 총리 담화

"너무 나간 것 아니냐".

16일 오후 고건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정국과 관련,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정운영과 민생안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담화문의 제목처럼 정국혼란 우려에도 불구, 각종 현안들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정의 혼선을 최대한 막겠다는 쪽으로만 일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화문의 마지막 대목에서 고 총리가 '오버'했다.

우선 재신임문제와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점. 즉 "정부는 국민투표가 공정하게 차질없이 관리될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와 긴밀히 협조, 예산지원과 함께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언급, 사실상 국민투표 실시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특히 헌법학자 다수가 위헌이란 입장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삼갔어야 했지 않을까?

청와대와 통합신당 측은 국민투표 쪽으로 가닥잡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현 시점에서 국민투표를 부각시킨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국민들 중엔 투표여부에 대해 찬성하는 쪽도 있지만 반대하는 쪽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는 행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 대통령이 '측근에 대한 비리의혹으로 고조되는 비난여론을 의식,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명분 아래 표면화시킨 정치적 행위라는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헌법에는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7조)을 분명히 규정해 놓고 있다.

물론 대통령을 보좌, 국정을 총괄하고 있는 총리로서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마냥 제 3자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으나 대통령의 의중만을 의식해 서둘러 본인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까지 동원, 행정력을 한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행정적인 준비를 미리해 놓는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으나 궁색하게 보인다.

고 총리는 나아가 "재신임 투표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에 기여한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한 걸음 더 나갈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서봉대(정치2부)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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